EBS 다큐프라임 슬로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 - 일본 최고의 오피니언 리더 1천 명을 배출해 낸 독서법
EBS MEDIA 기획, 정영미 지음 / 경향미디어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슬로리딩에 관한 책이다.

 

일본의 방송, 또 책을 보고 충격을 받은 교육방송 쪽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초중고에 협조 공문을 보냈는데, 단 한 학교만이 지원했다는, 그런 과정을 담고 있는 슬로리딩에 관한 수업.

 

일본처럼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지원했으면 좋으련만, 입시와 관련이 있는 고등학교는 손을 빼버리고, 고교 입시를 앞에 두고 있는 중학교도 성적을 이유로 하지 않겠다고 하고, 상대적으로 입시와 거리가 먼 초등학교에서 지원했단다.

 

한 학교라도 지원한 게 어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나라는 성적에 대한 강박이 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슬로리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도 '도쿄대'를 가장 많이 보낸 학교라는 식의 홍보가 있지 않았나 싶다.

 

당사자인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은 입시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또 그 결과에도 그리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는데도 우리나라는 입시에 엄청나게 신경쓸 수밖에 없다.

 

어떤 교육적 활동도 학생들의 성적 향상, 또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이루지 못하면 실패한 교육활동이 되는 나라 아니던가.

 

슬로리딩도 그런 우여곡절을 거쳐 용인에 있는 성서초등학교에서 6개월 동안 학생들과 함께 해보았을 뿐이다. 그 다음에 어떤 학교가 이런 활동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란 책을 가지고 슬로리딩을 했다.

 

처음에는 소리내어 읽기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그래서 서당식 읽기 체험활동도 한다), 책 한 권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 스스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고 하는데...

 

뒷부분에는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슬로리딩 법까지 달아주고 있어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슬로리딩 소개서라고 할 만하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이들이 배움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 이것은 곧 아이들의 학업능력 향상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데, 이래야 슬로리딩을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해도 좀 지나치치 않나 싶다.

 

슬로리딩의 목표가 학업성적의 향상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고 책을 제대로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 아니겠는가.

 

스스로 배움의 주체, 읽기의 주체가 되는 것이 슬로리딩의 목표일테니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한다고 해도 성적, 성적, 교육, 교육 하는 것은 좀 거슬린다.

 

그럼에도 스스로 책을 깊고 넓게 읽을 줄 아는 학생은 자연스레 배움에도 관심을 가지고 성적도 (꼭 학교 성적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공부를 스스로 찾아서 할테니 이를 성적이라고도 한다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을 꼭꼭 씹어 먹고, 그 책과 관련된 다른 책들도 함께 즐겁게 맛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적어도 성서초등학교 학생들은 6개월간의 활동을 통해 책을 맛있게 먹는 법을 경험했을테니 이들은 슬로리딩 수업의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슬로리딩의 구체적인 실천사례들이 방송에 나간 것의 대본인 양 자세히 쓰여져 있어서 읽으면서 대략 이런 식으로 슬로리딩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겠구나, 수업이 아니라면 일상에서 슬로리딩을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구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덧글

 

전국적으로 방송이 된 내용이고, 또 책으로 묶여졌을 때 아무리 아이들 활동을 객관적으로 담아냈다고 해도, 무언가 의문이 있는 점은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책의 의무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슬로리딩이라고 해서 자세히 읽는 법을 설명하고 보여주는 책에서는 말이다.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싱아'에 관한 탐구 내용이 책에 나오는데, 잘 이해가 안돼서... '싱아'는 풀로 나오는데, 나무라고 하니, 아무래도 좀...

 

싱아가 뭔지 모르겠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라고 적혀 있다. 풀이라고? 좀 더 자세한 내용이 필요했다. 그래서 식물백과사전을 다시 찾았다. 그랬더니 나무라고 한다. 열매가 열린다고 한다. (120쪽)

 

책 제목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이 '싱아'이다. 그래서 싱아가 무엇인지 찾아본다. 저자는 싱아가 사라져 버린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렇다면 싱아를 좋아하고, 싱아를 무척 아꼈다는 뜻이다. 많은 나무 열매 중에서 왜 유독 싱아를 좋아했을까?  (170쪽)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170쪽.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중에서, 이 책에서 재인용)

 

저자에게 싱아는 하나의 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추억이었다. (171쪽)

 

이런 전개과정을 보면 슬로리딩을 통해 학생은 싱아를 풀이 아니라 나무라고 알고 있을 것이고, 그런데도 뒤 작가의 서술이나 이 책을 쓴 저자의 서술을 보면 싱아는 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바로 잡았는지가 이 책에 나오지 않는다. 슬로리딩을 이야기하면 좀더 정확한 서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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