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생활 좌파들 - 세상을 변화시키는 낯선 질문들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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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좌파가 존재해서는 안되는 나라다. 좌파라는 말 앞에는 늘 '종북'이라는 말이 붙고, 좌파라는 말보다는 '좌빨'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다.

 

게다가 국가보안법이 있어서 속칭 좌파라고 하는 정당을 해산까지 시킨 나라이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좌파는 존재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좌파라는 말보다는 '진보'라는 말을 더 좋아하고 많이 쓴다. 진보라는 말에는 좌파라는 의미가 들어있지 않은듯이 우리는 '진보다'라고 외치는 정당들이 많다.

 

그런데 좌파의 상대가 우파라면 진보의 상대는 무어지 하는 생각이 든다. 진보의 상대는 보수 또는 퇴보?

 

진보라는 말은 왠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느낌을 많이 준다. 지금까지 지켜왔던 좋은 것들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보다는, 더 좋은 것을 향해 계속 전진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

 

반대로 보수는 있는 것을 지켜내야 한다는, 진보가 무턱대고 앞으로만 나아가려 한다고, 지금은 변화가 아니라 안정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언어들에서는 이상하게도 (적어도 나에게는) 수직의 느낌이 난다.

 

반대로 좌와 우라는 말에서는 수직보다는 수평의 느낌을 받는다. 어떤 일을 바라보는데 관점이 다를 뿐이지 같은 위치에 서 있다는 느낌.

 

'진보-보수'라는 말보다 그래서 나는 '좌파-우파'라는 말이 더 좋은데...

 

우리 언어에서 좌파 앞에 '종북'을 붙이거나 또는 '좌빨'이라고 하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순수하게 좌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사회당이든 공산당이든 또 녹색당이든, 반자본주의신당이든, 어느 정당에 속해 있지 않든 자신의 신념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그들은 스스로 '좌파'라고 이야기하고, '좌파'임을 자랑스러워한다. 우리가 좌파라면 몸을 사리는 것과는 정반대다. 이들에게 좌파는 좀더 나은 사회를 지향하는 사람들, 나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추구하는 사람들,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 공부하고 배우고,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얼마나 좋은 말인가? 자연스레 좌파는 예전에 있던 좋은 것이 사라졌다면 그것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지금의 것이 좋다면 그 좋은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행동하고, 잘못된 제도나 관행이 있다면 과감하게 그것을 없애기 위해서 투쟁한다.

 

이게 바로 좌파다. 누구에게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신념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떠밀려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서,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하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희생'이라는 관념이 없다.

 

그냥 하는 것이다. '희생'이 보답을 요구하고, 어떤 특권의식을 조장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들에게는 이런 개념이 없기 때문에 남들보다 좋은 대우를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 그냥 자신의 생활에서 자신이 옳다고 여긴 신념들을 실천할 뿐이다.

 

이것이 바로 어떤 특정한 정당이나 이념에 묶여 있는 활동가가 아니라, 자신의 생활에서 좌파적인 삶을 실천하는 '생활좌파들'인 것이다.

 

반갑게도 우리나라 출신(한 명은 망명자의 신분이고, 한 명은 국적은 우리나라이지만 1950년대 이후부터 계속 프랑스에서 살고 있었으니)도 나와서 우리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는 사람들 이야기다.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생활 속에서 자신들의 신념을 실천하고 사는지... 오마이뉴스에 연재되었던 글을 책으로 엮어 냈다고 하는데...

 

이들이 어떻게 좌파적 삶을 살아가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 일이니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지는 않겠다. 다만, 이들의 생활은 우리의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될 소지가 많다는 점을 알아두어야겠다.

 

이 책에 나온 한 사람 한 사람이 위대하다거나 훌륭하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삶에 주체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이 책이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함께 가기를 좋아하는 사람, 낮은 곳에 있르려는 사람, 그들이 바로 '좌파'다.

 

참 멋진 말이지 않은가. 이 '좌파'란 말이. 이 사회를 바라보는데, 낮은 곳에서 혼자가 아닌 함께, 서로 도우며 소외되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좌파'라고 한다.

 

우리도 이런 '좌파'라는 말이 제 자리로 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아마 이 책은 그 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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