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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유혹 - 합본양장본 - 재미있는 열세 가지 색깔 이야기
에바 헬러 지음, 이영희 옮김, 문은배 감수 / 예담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는 흑백의 세계를 살지 않고 칼라의 세계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평소에는 색채에 대해서 별로 의식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
눈에 색깔이 들어오나, 이것이 뇌까지 전달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지내고 마는데, 색채가 우리 눈에 들어올 때는 강력한 경고 표시거나, 또는 신호등 또는 눈에 띠게 옷을 입은 사람에게서 색깔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색깔을 느낄 때 색깔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어떤 감정과 함께 받아들인다. 이런 감정을 중요시해서 색채 심리학이나 색채치유 등의 방법이 나와 있기도 하지만, 이 책을 쓴 에바 헬러는 그런 치유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독일인 학자답게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색채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때로는 몸을 치유하기도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것이 색채에 내재한 고유의 치유능력이 아니라, 그 색채를 인식하는 우리의 감정이 작동해서라고 하긴 하지만.
이 책에는 열세 가지의 색깔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색깔을 통해서 어원을 알 수도 있고, 사람들의 이름이나 성과 관련된 색깔도 알 수 있고, 또 색깔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어떤 감정에 어떤 색깔이 가장 잘 어울리는지 등을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파랑, 빨강, 노랑, 검정, 흰색, 녹색, 주황, 보라, 분홍, 금색, 은색, 갈색, 회색
이 색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냥 읽어도 재미있다. 색깔에 대해서 몰랐던 사실들을 알 수 있고, 또 재미있는 일화들을 알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동안 색깔에 대해서 알게모르게 편견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다.
일례로 우리는 파랑 계통이 색은 남자의 색이고 빨강 계통의 색은 여자의 색이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인류 역사에서 긴 세월 동안은 파랑은 오히려 여자의 색이었고(대표적인 것이 성모 마리아의 옷은 파랑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중세 시대 공주들의 옷 역시 파랑 계열의 옷들이었고) 분홍이 남자의 옷 색깔이었다고 한다.(분홍 옷을 입고 칼을 차고 있는 왕자의 모습을 옛날 그림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시대에 따라서 색깔에 대한 인식이 변했음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예이고, 예전에는 군대의 색이었던 빨강이 이제는 군대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들어, 사회의 변화가 색깔의 변화를 이끈다는 점도 알려 주고 있다. (근접전이었던 중세에는 빨간 색의 옷을 입어 눈에 잘 띠게 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어 적들이 겁을 먹게 하는 역할을 빨간 군복이 했지만, 장거리에서 포탄을 쏘거나, 공중에서 폭격을 하는 현대전에서는 눈에 잘 띠면 패배하기 쉽기 때문에 군복의 색깔이 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나라마다 색깔에 대한 인식이 달랐다는 점을 말해주어서 색깔이 우리 인류가 모두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 같은 색깔이라도 사회에 따라서 긍정과 부정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 (이 점은 서양에서는 노랑이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다면, 동양에서는 노랑은 황제의 색이고 중앙의 색이었다는 점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을 알 수가 있다.
각 색깔들에 얽힌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요즘 광고에서 어떤 색을 사용하는지, 또 패션에서는 어떤 색들의 옷이 유행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된다.
또한 색채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기도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이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들이 의미있게 작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의미를 찾지 않아도 작은 제목 그래도 재미있는 색채이야기니, 그냥 읽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