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를 움직인 100대 사건 - 주나라부터 중화인민공화국까지 역사를 움직인 100대 사건
홍문숙.홍정숙 엮음 / 청아출판사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치 장강의 물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중국 역사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그들의 국토도 크지만 역사도 크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가 크다는 말, 깊고 넓다는 말과 통하리라. 그러니 중국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건을 100대만 고르라고 하면 참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도대체 그 넓은 땅덩어리에, 또 기록으로만 남은 역사를 따져도 3000년이 넘는데, 100대 사건을 고른다니... 그럼에도 사람에 따라서 충분히 고를 수도 있다.

 

누구에게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사건들이 누구에게는 별다른 중요성을 지니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여러 관점이 있겠지만 편자들이 중국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중요하다고, 중국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여기는 사건을 골라 100개로 추린 것이니, 중국 역사를 압축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건을 시대 순으로 엮어 놓았기 때문에, 순서대로 읽어가면 중국 역사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관심이 있는 시대나 사건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주나라 주공에서부터 시작한다. 공자도 주나라, 특히 주공을 모범으로 삼았듯이, 이 책은 중국사를 움직인 100대 사건으로 주공과 관련된 사건으로 시작한다.

 

주공은 주나라를 세운 무왕의 동생이고, 무왕이 죽자 어린 아들이 왕이 되었을 때 그를 도와 - 이를 섭정이라고 한다 - 주나라의 기틀을 다진 사람이다. 그러나 그에게 시련이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의 근처에는 늘 피비린내가 나니, 이는 부자, 형제를 비롯한 친척 관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주공이 왕이 되려 한다는 의심을 한 주공의 형제들이 반란을 일으켰는데, 그것이 '삼감의 난'이고, 이는 형제들끼리의 피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주공은 이를 진압한 다음에야 비로소 제 뜻을 펼칠 수 있고, 역사에서 훌륭한 성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중국 역사의 100대 사건을 기록하는 책에서 피바람으로 시작한다. 그만큼 중국에는 피바람이 많이 불었다는 얘기다. 왕조가, 그 넓고 깊은 역사에서 어찌 한 왕조로 지속되겠는가. 우리나라는 대략 고조선 - 삼국 - 통일신라, 발해 - 고려 - 조선의 순서로 몇 왕조가 되지 않지만, 중국에는 엄청나게 많은 왕조가 세워졌다 무너졌다 하는 왕조의 교체반복이 빈번하게 이루어졌으니, 그만큼 많은 피들이 난무했으리라.

 

특히 부자간에, 형제간에 엄청난 피바람이 불었으니, 권력을 잡고 싶은 사람은 이런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다고 김수영은 '푸른 하늘을'이라는 시에서 노래하고 있지만, 권력에는 이보다 더 심한, 부패한 피의 냄새가 섞여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맨 마지막 부분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으로 끝맺고 있다. 정치사의 피바람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세계는 정치보다는 경제가 중심이다. 경제가 세계를 피바람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이 놈의 경제가 지금 얼마나 우리를 괴롭히는지... 이 책의 마지막이 경제라면, 우리 역사는 이제 경제로 시작한다고 할 수도 있다.

 

왜 역사책을 읽는가? 현재를 알기 위해서다. 아니 현재를 살아가면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중국사를 읽는 이유는, 중국이 우리나라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굳이 전쟁으로 엮인다고 하지 않더라도 경제, 문화, 사상 등에서 중국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러니 중국 역사를 읽는 일은 우리 역사를 읽는 일이 되기도 한다. 이 책에도 우리와 관계된 사건이 몇 나온다. 그만큼 긴밀하다는 얘기다.

 

이런 100대 사건류의 책들이 그렇듯이 주로 정치사를 중심으로 쓰여졌지만, 그 중에서도 문화적으로 생각할 만한 사건들이 많이 있으니, 중국사의 큰줄기를 알고 싶다면 이 책도 나름 유용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중국사만큼이나 긴 책이긴 하지만, 100대 사건을 정리하다보니, 한 사건에 6쪽을 할애해도 600쪽이 된다. 그러니, 사건 하나하나를 읽으면 책의 분량에 질리지 않고 읽어갈 수 있을 것이다.

 

덧글

 

가끔, 소소한 오타가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이 책 512쪽의 '1896년, 결국 조선은 일본과 불평등한 강화도 조약을 맺고~'라고 되어 있는데, 1896년이 아니라, 1876년이다.

 

549쪽.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 중국 북경대학의 총장이었던 채원배(차이위안페이)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당시 베이징 대학의 총장은 차이위안페이로, 신해혁명 이후 1912년에 중화민국의 초대 교육총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위안스카이가 대총통이 되자 1907년에 독일로 유학을 갔으며, 위안스카이가 물러난 후 귀국하여 1916년에 베이징 대학의 총장이 되었다.'고 되어 있는데...

 

위안스카이가 대총통이 된 것은 1913년이라던데.. 여기에 채원배가 독일로 유학을 간 것은 1907년이 맞다고 하니, 이런 서술에는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