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이번 호 특집이다. 사람은 이야기를 떠나서 살 수 없다고 하는데, 우리 역시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와 함께 살아왔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야기는 우리 곁을 떠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우리가 귀보다는 눈을 더 중요시하게 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보는 것이 많아지고, 보는 것은 눈 깜박임과 같이 순식간에 변화를 추구하는데, 이런 변화 속에서 차분히 듣는 힘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듣는 힘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 이런 시대는 눈과 더불어 말들이 판치게 된다. 이 말들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말하는 이야기와는 좀 다르다. 이런 말들은 이번 호에서 언급한 이런 이야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세상에는 이야기가 참으로 많기도 하다. 특히 요즘 세상은 이야기가 차고 넘칠 정도다. 인터넷에 잠깐 접속해봐도 감당 못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문제는 거기에 엉터리 이야기, '가짜 이야기'가 수두룩하다는 사실이다. 헛웃음을 낳는 공허한 말장난 이야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모적인 이야기, 내용 없이 기교와 허세만 그득한 이야기, 앞뒤가 안 맞게 억지로 꿰맞춘 이야기, 거짓과 과장으로 사람을 속이는 이야기 등등이 그러하다. 그런 이야기들로 가득한 삶이란 쓰레기와 잡초, 소음과 공해가 가득한 오염 지역의 삶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신동흔, 이야기란 무엇인가. 이번 호 28쪽.
여기서 말한 이야기는 지금 세상에 넘쳐나는 말과 같다. 우리를 현혹시키고 안 좋은 쪽으로 이끌어가는 이야기다. 그런 이야기는 눈만을 우선시 하는 사회에 어울리는 이야기다.
눈 깜박할 사이 변하는 세상, 무언가를 진득하니 기다릴 줄 모르는 세상, 그런 세상의 이야기다. 그런데, 과연 이런 이야기들만 있는가? 아니다. 우리들은 이야기와 함께 살아왔기에 진정한 이야기를 찾을 능력이 있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니 다른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우선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민들레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호에서 이야기를 다룬 것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듣기를 수반하고, 듣기는 진득한 시간을, 느린 시간을, 생각할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가족이 도란도란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여기에는 눈 깜박할 사이의 빠름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천천히 들려주면 된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들으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마음 속으로 이야기가 들어온다. 자리잡는다. 자리잡아서 삶을 살아가는 힘으로 전환이 된다. 이것이 이야기의 힘이다.
그런 '이야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민들레 102호 천천히 읽어보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