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보급판 문고본)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그의 부고를 신문에서 봤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책인 이 책의 저자가 세상을 떴다고. 2015년 8월 30일. 어떤 경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나는 올리버 색스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쓴 책의 제목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더불어.

 

많이 유명한 책이었는데 읽지 않고 있다가 헌책방에서 발견했다.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 구입. 읽기 시작.

 

제목에서부터 정신의학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정신의학이라기보다는 신경학이라고 해야 하겠다. 심리치료보다는 생리의학적인 신경계통의 문제, 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의학적이고 과학적인 내용으로만 차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의학적 사건을 다룬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건을 중심에 놓지 않고 사람을 중심에 놓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신경의학의 임상보고서 같은 느낌도 주지만, 보고서 느낌보다는 어떤 희귀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 관한 휴먼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그가 의학적 진실보다는 인간적 진실을 더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쌍동이에 관한 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들을 어떤 틀에 끼워맞춘다든지 시험하려는 시도를 버려야 한다. 그 대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려고 해야 한다. 마음을 열고 조용히 관찰해야 한다. 일체의 선입견을 버리고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로 대해야 한다.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생각하며 둘이서 종둉히 무얼 하고 있는지들. 설령 그 모든 것이 기묘하게 여겨질지라도 오히려 공감하는 마음의 자세로 지켜보아야 할 따름이다. 362쪽.

 

바로 이런 자세가 이 책을 유명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환자들에게 공감하려는 자세를 지니고 있고, 그런 자세가 이 책의 곳곳에서 배어나오기 때문이다.

 

희귀한 질병, 사람의 얼굴을 전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부분만 보고 추측을 해야 하는 상태에 이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같은 경우도 있고, 자신의 신체가 없어졌다는 느낌을 지니고 사는 사람도 있고, 모든 것이 넘쳐 오히려 질병이 된 사람,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어가는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이 나오지만, 하나의 전제가 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 우리와 똑같이 존귀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 이런 점을 명심한 의사는 환자를 대상이 아닌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대할 수가 있다.

 

하여 이 책을 읽으면 주변을 다시 살피게 된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이 책에 나온 사람들과 비슷한 증상을 겪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도외시하지 않고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갖추게 해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경생리학자, 신경의학자, 정신의학자. 뭐 어떤 이름을 붙여서 상관없다. 하지만 올리버 색스는 무슨무슨 의학자이기 전에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 이 사실이 이 책에서 뿜어져 나온다.

 

이런 의사, 의학자...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것보다도 우리가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과 비슷한 사람들을 특이한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편견 없는 눈으로, 공감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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