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역사 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 - 현직 의사가 쓴 생활 속 질병과 의학의 역사
박지욱 지음 / 시공사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이 정말 가기 꺼려하는 곳 두 가지는 경찰서와 병원이 아닐까 한다. 둘 다 자신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서 가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안 가면 좋겠지만 병원은 살면서 갈 수밖에 없는 곳이니, 자신이 건강에 관련된 곳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사람들이 이 세상에 나왔으면 죽기 전까지는 자신의 신체를 돌보며 건강을 챙겨야 하기 때문인데... 병원에 가면서도 또는 병원과 관련이 있는 대상을 보면서도 우리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칠 때가 많다.
내 몸에 관한 것들을 의사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을 뿐, 의학에 관한 것은 의대를 나온, 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나온 사람, 즉 의사라고 하는 사람들만이 다룰 일이고, 나하고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기 십상이다.
세상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자신의 분야가 아닌 부문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도 않는 세태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웬만해서는 알 수도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알려면 너무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급변하는 현대에서 그럴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전문분야라고 하더라도 당사자는 바로 우리 자신 아닌가. 우리의 몸에 관한 것, 우리의 건강에 관한 것이 의학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는 심폐소생술을 일반인들이 모두 알 수 있게 하는 운동도 하고 있는데, 이 책에는 그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심폐소생술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피터 서파'에 관한 이야기. 그는 의사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심폐소생술을 보급하려 했고, 그의 덕분으로 심폐소생술이 일반화되었다는 얘기.
이런 의학에 관한 이야기들이 무려 20가지나 이 책에 실려 있다.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읽어도 쉽게 알 수 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의학의 지식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의학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질병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완치 단계에 와 있는가 하는 것(소아마비라고 하는 폴리오)과 치료법이 개발되어 사람들의 건강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친 것(결핵, 고혈압, 당뇨법, 황열병, 항암제 등등)과 아직도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유전병(헌팅턴 무도병- 이것은 원인은 알지만 아직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다고 한다) 등에 대해서 알기 쉽게 풀어가고 있다.
여기에 의학에 관련된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도 알려주는데, 왜 병원의 상징이 십자가인가부터, 이발소의 삼색 빨간줄은 어떤 의미일까와 같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상징의 역사에 대해서도 잘 나와 있다. (외과의사가 의학의 처음에는 전문적인 의사 취급을 받지 못했고, 이발사도 이런 일을 했다고 하는 사실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여기에 전쟁과 의학이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전쟁으로 인해 의학이 발전했다는 이런 아이러니가 의학발전의 역사라는 사실도 알게 되니...
이런 지식들을 안다고 자신이 병을 치료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의학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 왔는지, 그렇다면 앞으로 더 어떻게 발전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짐작할 수 있고, 또 전쟁의 부작용을 치료하는 긍정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의학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의 발견에 특허를 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한 사람들도 많다는 점으로 인해서 좀더 긍정적으로 의사나 병원을 바라보지 않을까 한다.
즉 병원은 내 건강을 담보로 돈 먹는 기계가 아니라, 내 건강을 지켜주려는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전환할 수도 있어서 병원을 가기 싫은 곳, 멀리 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늘 가까이 해도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을 지닐 수 있게 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한다.
덧글
출판사가 보내준 책. 내 잡다한 지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 책. 무엇보다 의학계에 대한 불신을 덜게해준 책이다. 책을 보내준 출판사,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