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이 성전(聖殿)에게


들을 귀 있는 자는 듣고,

볼 눈이 있는 자는 볼지어니,

내 실패를 문자로 남긴 까닭을.


하늘에 다가갈수록 하느님과 멀어지고

위로 솟아오를수록 지옥으로 내려가고

외양이 웅장할수록 영혼은 초라해지고

내가 살찔수록 백성은 수척해지니

하느님과 소통하고자 하던 나 자신이

백성들과의 소통을 막는 장벽이 되었으니.


낮은 데로 임하소서

하늘은 저 높은 곳에 있어

우리가 올라야 할 곳이 아니라

저 낮은 곳에 있어

우리가 내려가야 할 곳이라는 걸.


오를수록 나를 잃고

내릴수록 나를 찾고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저 높은 곳에서

말을 잃고서야 깨닫게 되었으니.


귀 있는 자는 듣고.

눈 있는 자는 보아라.

내 실패가 문자로 남은 까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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