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뭐고? - 칠곡 할매들, 시를 쓰다 칠곡 인문학도시 총서
칠곡 할매들 지음, (사)인문사회연구소 기획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시 안 쓰는 시인 참 많습니다"

 

이 말로 이 시집은 모두 말해질 수 있다. 삶이 절절히 시가 되는 생활을 했음에도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시의 삶을 살아온 시인들이었던 셈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를 노인들은.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했다던데, 시란 말해야만 하는 것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자신의 삶에 대해서 늘 입말로 하고 다니던 노인들이 그것을 입말이 아닌 다른 형식의 말로 하라고 하니, 시를 쓰지 못하고 있었을 밖에.

 

이래서 '시를 안 쓰는 시인'이 아니라, '시를 못 쓰는 시인' 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참 많은데... 그것은 시란 특정한 사람들만이 특정한 언어표현을 통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경북 칠곡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은 바로 삶 자체, 입말이 바로 문학이 되는 그런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입말이 자연스레 표현되고, 그것이 한 편의 시가 되는 과정, 이것이 바로 시다. 우리네 삶이 바로 '시'인 것을...

 

이창동 감독이 만든 영화 '시'를 보아도 알 수 있는데... 그런 시들을 모아 놓은 이 책은 참으로 소중한 책이다.

 

우리에게 삶이 바로 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시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가 어렵고, 특정 사람들만 쓰고 읽히는 문학이 아니라 누구나 쓰고 읽을 수 있는 문학이라는 것을 새삼 깨우쳐 주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이 된 시 '시가 뭐고'를 보자.

 

시가 뭐고

 - 소화자

 

논에 들에

할 일도 많은데

공부시간이라고

일도 놓고

헛둥지둥 왔는데

시를 쓰라 하네

시가 뭐고

나는 시금치씨

배추씨만 아는데

 

강금연 외 88명, 시가뭐고?, 삶창 2015년 2쇄. 소화자 할머니 시, 55쪽.

 

이렇게 노인들에게 시란 모르는 존재였다. 그러나 시는 바로 자신들의 삶을 언어로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이런 표현을 통해서 알게 되었으리라.

 

이런 삶이 잘 표현된 시... 이게 바로 시다. 이런 마음, 이런 삶이.

 

 참새

   - 이무임

 

점심을 먹고 노인정 간다고

노인정 간다고

골목을 나서니

보리밭에 참새들이

보리를 따먹다가

나한테 들켜

훨훨 날아가는

것을 보니

저 참새가 조금한

배나 채워갔는지!

내 양심에 미안하구나.

 

강금연 외 88명, 시가뭐고?, 삶창 2015년 2쇄, 이무임 할머니 시, 82쪽.

 

이 마음 자체가 시다. 이런 시들이 아직 쓰여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이제는 '시를 못 쓰는' 사람들이 아니라, '시를 안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이렇게 써도 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런 작업 참으로 소중하다. 자신의 마음을, 삶을 글로 표현해 내게 하는 작업, 이것으로 시는 점점 더 우리 곁으로 다가올테니 말이다.

 

한편 한편이 모두 노인들의 삶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시이다. 그런 삶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시들이다.

 

덧글

 

운 좋게도 이렇게 살아있는 목소리가 담긴 시집을 출판사에서 보내주었다. 덕분에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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