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대통령 사망 기사가 났다. 영욕의 세월이었을 것이리라. 그가 겪어냈던 시대는.
1927년 출생, 2015년 사망
한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이렇게 3김 시대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시작해,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신시대 우리나라 야당을 이끌던 두 지도자가 이제는 세상을 떠나 기억 속에서, 역사 속에서만 존재하게 되었다.
그들의 공과는 차치하고라도, 그들이 한 시대를 이끌었음에는 분명한데...
김영삼, 야당의 젊은 기수였다. 그는 야당을 이끈 지도자였고,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었다. 한 때는.
그를 처음 알았던 시기가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유명 정치인으로 뉴스에 단골로 나오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괜찮은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책 한 권을 읽으면서부터.
형성사에서 나온 "YH노동조합사"
이 책에서 그는 신민당사 농성을 허락해 주고, 그 농성이 결국은 유신체제를 끌어내리는계기가 된다. 야당의 당수로서 그는 자신이 할 일을 충분히 했다는 생각이다. 그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그러던 그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3당합당을 하고 여당으로 들어갔다. 그의 원대로 그는 대통령이 되었고, 이렇게 우리나라는 문민정부가 출범했다.
문민정부.
처음에 얼마나 많은 지지를 얻었던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가.
그가 했던 금융실명제, 그리고 군대의 사조직이라 할 수 있는 하나회 척결. 이렇게 그는 문민정부의 수장으로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임기 후반... 그는 우리나라를 너무도 힘든 나락으로 추락시켰으니... 이름하여 IMF.
지금 우리가 이렇게 허덕이며 살게 되고,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더 많아진 계기가 바로 외환위기 사태, 일명 IMF사태라고 하는 것이니... 지금은 이를 극복했다고 하지만, 아직 아니다. 오히려 고용유연화라고 하여 노동자들의 고용수준은 더욱 불안해진 상황이고, 가계부채는 늘어날대로 늘어나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닫고 있으니 말이다.
그의 정치적 업적을 공과를 따지자면 한없겠지만, 그래도 한 때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사람, 캄캄했던 유신시대 그래도 야당을 이끌었던 사람. 이제 그는 다른 세상으로 갔다.
그의 정치적 이력은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뉠 수 있다. 등불이 되었던 시기와 어둠으로 우리를 다시 내몰았던 시기. 하지만 그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우리가 시대를 이끌어가야만 한다.
그가 편히 쉬길 바라며... 고은의 만인보에 나온 그에 대한 시 한 편으로 그의 죽음을 추모한다.
김영삼
이상한 순풍이었다
행운의 연속
그가 탄 배는 뱃머리가 늘 힘찼다
25세에 국회의원이니
민주당 구파는 벌써 그가 이끌어갔다
이상한 순풍이었다
몇번의 역려(逆旅)가 있었지만
그것은 다음날
더 좋은 순풍일 따름이었다
그의 뱃머리 수평선은 짙푸르게 힘찼다
70년대에 접어들어
김대중의 상대였다가 동지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구파와 신파 사이의 연장이었다
이윽고 신민당 총재였다
약속장소에 항상 먼저 와 있었다
술 담배 끊고
새벽 달리기를 시작했다
항상 먼저 와
10분 전 혹은 5분 전 먼저 와 있었다
그에게는 이렇게 지키는 것이 있었다
그에게는 편안함이 있었다
하지만 천부적인 전술이라면
그 수준은 누구의 수준인가를 알 수 없다
79년 여름 나는 그에게 달려갔다
그의 직관적인 결단으로
YH노동자들 신민당 강당 농성을 승낙해주었다
그것이 유신체제가 쓰러지는 바퀴소리일 줄이야
그 누구도 몰라야 했다
고은 만인보 12권. 창작과비평사, 1996 초판. 11-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