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에게
- 비정규직 노동자
한 때 넌
네 푸르름으로 찬탄을 자아냈고,
네 짙은 녹음으로 부러움을 샀었지.
모두들 네가 있어 좋다고
넌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고 했었지.
따뜻한 봄날,
네 옅은 연둣빛 색깔은
우리의 눈은 얼마나 즐거웠고,
무더운 여름날,
네가 만든 녹음에
우리의 몸은 얼마나 시원했는지,
서늘한 가을날,
누렇게 변해가는 네 몸에서
벌써 세월이 이리 되었나,
원숙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네게서
또다른 기쁨을 느꼈는데,
환경이 변하자,
우린, 널, 더 이상 바라보지 않았지.
찬 바람에
네가 나무에서 떨어져 나와
길거리를 배회해도
우린 우리 옷깃만 감싸쥘 뿐,
발끝에 닿는 너를 못 본 체했지.
아니, 귀찮아했지.
네가 우리에게 준 것은 까맣게 잊은 채.
낙엽이여, 낙엽이여,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