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후회를 할 때가 많다. 후회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본 다음에 나오는 것이니, 후회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다른 후회를 줄이기 위해 후회를 한다. 그래야만 한다. 평생 후회를 하지 않은 사람은, 자기를 돌아보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니.

 

후회 중에서 가장 후회가 되는 후회는 말로 인한 후회 아닐까 한다. 조금만 생각하고 했더라면, 한 박자만, 아니 반 박자만 쉬었더라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텐데 하는 후회.

 

정치가 중에서 뛰어난 언변을 지닌 정치가는 말을 느리게 한다고 한다. 왜?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말을 곱씹을 수 있으니까.

 

듣는 사람은 답답하겠지만, 말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또 어떤 정치가는 수첩에 적어서 말을 한다. 수첩에 적힌 내용을 읽어가면 말실수를 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수첩에 적힌 말을 읽는 것이 말인가? 말하기와 읽기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말실수는 바로 잡을 수 있지만, 자기가 의도하지 않은 말이 나올 때가 있으므로,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읽기는, 이미 자신이 적어놓은 글을 읽는 것은 실수가 아니다. 그것은 의도다. 그러므로 후회를 하지 않는다. 후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얼마나 여러 번 그 글을 보았을텐가. 

 

지금... 말들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온갖 말들이 나돌아다니면서 서로 부딪치고 있다. 이런 말들을 내어놓은 사람들 중에 후회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후회가 무언지, 도무지 자신이 내어놓은 말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도 있을테다.

 

황인숙의 시집을 다시 꺼내 읽었다. 한 번 읽었는데... 마음에 팍 꽂히는 시가 없었다. 그때는... 다시 읽으면 어느 순간 마음으로 다가오는 시가 있는데... 이번엔 그 시가 바로 '후회'다.

 

후회로 점철된 삶을 사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후회를 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후회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말실수를 했으면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두려워 하나하나 적고 말하기가 아닌 읽기를 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후회

 

깊고 깊어라.

행동 뒤의 나의 생각.

내 혀는 마음보다

정직했으니.

 

황인숙,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문학과지성사.1992년 초판 4쇄. 79쪽.

 

혀가 마음보다 정직하다고 했는데, 의도적으로 가리고 싶은 마음을 말로 표현했을 수도 있고, 마음에서는 아냐 아냐 하고 부정하고 있지만, 말이 무의식중에 이런 하고 후회하는 말을 뱉을 수도 있으니.

 

후회는 행동 뒤의 생각이지만, 곧 행동을 다시 하게 만드는 생각이다. 그러니 이런 후회는 우리가 해야만 할 일이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더 나은 자신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후회이니 말이다.

 

또 한 가지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더 깊게 생각하고, 더 정직하게 행동해서.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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