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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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2권에 실린 박민규와의 대담에 배수아인가 대담자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고 해서 어차피 박민규의 소설을 읽을테니, 하고 구해서 읽은 소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그림을 보고,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음악을 만든 음악가가 있다고 하는데, 박민규는 그림과 음악을 보고 소설을 창작했다고 하면 되나?

 

꼭 그렇지는 않다. 작가의 말을 보면, 박민규는 어느 날 아내가 내가 못생긴 여자였어도 사랑했을 거나는 질문에 대한 오래 된 답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하니 말이다.

 

못생긴 여자, 그것도 한 번 보면 잊을 수가 없는 여자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성립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세상 남자들은 여자를 단 두 부류로 분류를 한다고 하는데, 하나는 예쁜 여자, 또 하나는 못생긴 여자. 그리고 연령에 상관없이 남자들은 모두 예쁜 여자들을 원한다고 하는데... 오죽하면 서양말에(우리말에도 있을 법한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영어시간에 배운 구절만 머리에 떠오르니, 무의식적으로 내 머리에서 우리말의 편견을 씻어내려 하나 보다)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하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이 소설은 정말로 못생긴, 너무도 못생겨서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여자는 못생겼고, 남자는 잘생겼고, 그러나 남자가 먼저 사랑에 빠지고, 둘은 서로 만나기는 하지만 곧 헤어지고, 영원한 이별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만나고...

 

이렇게 행복한 결말일 줄 알았는데... 나중에 다시 뭐야 하게 하는 결말이 나타나고, 작가의 말에서는 어떤 결론도 나올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하고.

 

20대 청춘을 이렇게 사랑으로 시작한 사람, 자신의 마음에 빛을 간직한 사람, 그 빛은 꺼지지 않는 영원한 빛이 되어 살아가는 내내 자신을 지탱시켜줄 등불이 된다고...

 

그것에는 외모고 뭐고 필요없다고, 그런 나이 때, 한창 싱그러울 나이 때 지지리도 많은 고민을 하고, 고생을 하는 청춘들이 등장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사랑으로 삶을 유지해 간다는 사실을 소설로 보여주고 있다.

 

박민규 특유의 문체, 툭 툭 끊어지는 그런 문체와 독백하듯이 서술해나가는 1인칭 화자의 등장으로 남의 속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런 점에서 읽는 사람이 소설 속의 주인공과 자신을 일치시킬 수 있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갓 20세가 된 사람에게서 느낄 수 없는 성숙함 같은 것이 소설 곳곳에서 나온다. 지나치게 일찍 성숙해버린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이 소설 속에서 만날 수 있는데...

 

다른 무엇보다 사랑이 사람의 삶에서 중심임을, 사랑이 없는 삶은 그냥 살아지는 것에 불과함을, 한 때 진정한 사랑을 한다면 그 사람은 평생 그 사랑으로 인해 살아갈 수 있음을,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느니...

 

인스턴트 사랑이 아닌, 물질이나 조건, 외모를 보고 하는 사랑이 아닌,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마음 떨리는 사랑을 해본 사람... 그런 청춘을 이 소설을 통해서 만나보는 경험을 하는 것도 자신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사랑의 빛을 다시금 불러내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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