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들어봤던 제목이다.
성산포에 가서 이 시를 읽으라는 시인의 말처럼, 정말 바다를 앞에 놓고 이 시를 읽는다면 더 감흥이 깊어지겠단 생각이 든다.
성산포, 일출봉. 무엇보다 사방으로 바다를 볼 수 있는 곳.
그곳에서 바다를 보며 온갖 상념에 젖어들어도 좋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을 읽어도 좋다. 읽지 않아도 그냥 바다만 바라보아도 좋겠다.
굳이 하늘을 보지 않아도, 바다 속에 들어온 하늘을 볼 수 있으니 좋다.
아니면 이렇게 이런 시를 읽어도 좋겠다. 요즘처럼 사람을 절망시키는 시대에, 또 정말 바다보다도 더 깊은 속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다른 말들을 모두 삼켜버리는 누구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11. 절망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
이생진, 그리운 바다 성산포. 동천사. 1996년 초판 18쇄. 21쪽.
나는 이 시집을 '알라딘 중고'에서 샀는데, 검색해보니 출판사를 달리해서 시집이 재발간 되었다.
나온 지 오래 된 시집인데, 꾸준히 읽히고 있다는 얘기다. 그냥 아무 곳이나 펼쳐 놓고 읽어도 좋은 시집이다. 그런 시들이다.
이 시처럼 절망을 바다가 듣게, 바다가 삼키게 하고, 내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