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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평점 : 
박민규의 소설을 계속 읽고 있는 중.
아마, 이 소설집이 세 번째일 것이다.
세 번째, 우리나라에서 3이라는 숫자는 좋은 숫자인데... 그가 쓴 소설을 순서대로 읽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읽고 있는 중인데, 세 번째에 이 소설이 걸렸다.
소설이라고 하기보다는 소설집이라고 해야 한다. 열 편의 단편이 한 책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각기 따로 발표된 소설이지만, 이 소설들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모두 서술자로 '나'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나'는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간다.
말 그대로 살아간다다. 도대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지만, 그래도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최선의 몸부림을 하고 있다.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말이다.
이런 살아가려는 몸부림 속에서 환상이 등장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암담한 현실에서 환상조차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특이하게도 이 소설집에는 동물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제목이 많다. 그만큼 소설은 현실을 반영하되, 현실을 벗어나려고 하고 있는데, 제목에 등장하는 동물들만 나열하면 '너구리, 기린, 개복치, 펠리컨, 대왕오징어'가 있다.
특히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를 읽을 때는 일본 애니메이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 떠오르는데... 그만큼 우리 현실에 대한 풍자가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제목이 된 '카스테라'를 중심으로 생각을 해야 하는데... 전생이 훌리건이었다고 믿는 냉장고에 세상에 쓸모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넣던 주인공이 나중에 냉장고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한 조각의 '카스테라'였다는 결론.
뭐야, 도대체... 이게 뭔 얘기야 하면서도 읽게 만드는 글의 힘, 그것을 문체라고 한다면, 그는 정말로 읽기 편한 문체로, 우리를 소설을 끝까지 읽게 만들고 있다.
다른 소설을 읽으면서도 계속 다른 소설들에서 '카스테라'의 뜻에 대한 암시가 있지 않을까 하면서 읽었는데... 뭔지 모르겠다 포기할 즈음, 책의 끝부분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아, 그래서 '카스테라'구나 하게 되는데...
누구나 자신만의 '카스테라'를 지니고 있다는 말... 그것은 단지 '빵'이 아니라, 자신이 지닌 삶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은 어지럽고, 때론 소중하기도 하지만, 그런 속에서 살아가면서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를 살고 있다는...
그런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그래서 박민규에게는 이 세상에서 만들어낸 자신의 '카스테라'가 바로 '소설'임을... 그는 작가의 말에서 말해주고 있다.
그러니 소설은 온갖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작가가 자신의 손으로 버무려 다시 만들어낸 하나의 빵이라는 사실.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낸 빵, 즉 '카스테라' 앞에서 '나는 눈물을 흘렸다.'(35쪽)고 했는데, 우리는 그런 작가가 만들어낸 '카스테라'를 만나게 먹으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설을 쓰고, 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 소설집에는 이런 10개의 '카스테라'가 있다. 다 다른 '카스테라'. 우리는 그것을 다 먹어도 좋고, 그 중에 맛난 것만 골라 먹어도 좋다. 이게 이 소설집의 맛이다.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