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서 있는 미술관 - 박정욱의 현대미술 산책
박정욱 지음 / 예담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현대미술은 어렵다. 사실, 현대미술이라고 하는 그림이나 조각들을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도대체 뭔지, 여기서 어떤 아름다움을 느끼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비평가들은 현대미술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이래서 아름답고, 저 작품은 저래서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비평들은 보면 아름다움도 지식이 있어야만 느낄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아름다움이 지식에서 오는가? 아니, 감정에서 오지 않나? 내가 머리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마음 속에서 또는 마음에 가기도 전에 순간적으로 아, 하는 탄성이 튀어나오지 않나.

 

탄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눈이 자꾸 머무르게 되는 것이 아름다움 아닌가. 따라서 아름다움이란 굳이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데... 현대미술은 설명 없이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으니...

 

아름다움이라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미술이 현대미술이라고 해야 할지. 그래서 현대미술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가까이 하고자 이 책을 골랐다.

 

'거꾸로 서 있는 미술관'

 

이 제목이 현대미술을 잘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 왔던 눈으로, 느꼈던 마음으로 현대미술을 보면 어떤 아름다움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테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다. 현대미술이 마음에, 눈에 곧장 들어오지 않는다. 한참을 보아야, 한참을 생각해야 느낌이 온다. 그런 느낌은 우리의 의식 너머에 있다.

 

의식이 아닌 무의식 차원, 현재가 아닌 과거의 우리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현대미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했다.

 

저자는 현대미술을 이렇게 말한다.

 

'현대 미술은 우리의 삶보다 훨씬 더 심플하다. 고전미술이 우리의 삶에 무언가를 가미해 포장하여 덧칠하려 했다면 현대미술은 그 반대다. 현대미술은 삶에서 무언가를 빼고, 벗기고, 삶의 색깔 뒤에 숨어 있는 시커먼 목탄 자국들,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행위의 스케치로 빠져든다. 너무나 솔직한 미술이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서 위선과 겉치레를 80% 정도 걷어낸 결과이다.

  이처럼 현대미술은 빼기, 벗기기의 작업이며 창조라기보다는 오히려 파괴에 가깝다.' (196쪽)

 

빼기의 미술이라. 그동안 내 눈은 너무도 인위적인 것에, 우리가 덧칠한 것에 익숙해져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너무도 의식에 의존에 의식이 의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선 무관심했다는 말인가.

 

현대미술은 이렇게 잊고 있었던 의식 너머의 무의식적 세계, 원초적인 우리 인간의 본원적인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 주게 하고 있단 말인데...

 

저자는 세계전쟁이후의 미술을 네 단계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다. 그림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여서.

 

그래서 현대미술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는 있다. 단지, 감일 뿐이지만, 현대미술은 나하고는 상관없다고 팽개치지는 않게 만드니.. 이 책은 현대미술을 가깝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여 의식 너머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현대미술에 대해서 간략하게 몇몇 작가들과 작품들을 들어 설명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의식 너머의 현대미술을 의식의 안쪽으로 끌어올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리라.

 

굳이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다만, 현대미술에 대해서 너무도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고 보면 된다는... 현대미술은 복잡함이 아니라 단숨함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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