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훔친 미술 -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
이진숙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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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이다. 그럼에도 읽어갈수록,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아쉬움이 드는 책이다. 더 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시대를 훔친 미술"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미술에 나타난 시대의 모습을 생각할 수 있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이 책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다.

 

미술은 당연히 그 시대를 반영한다. 이것은 리얼리즘이든 모더니즘이든 또는 초현실주의든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그 시대를 벗어날 수는 없다. 물론 넘어설 수는 있다. 그래도 넘어선다는 것은 그 시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보다 나은 다른 시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얘기니, 모든 미술은 시대를 반영한다는 말이 성립한다고 할 수 있다.

 

하여 그림 하나하나를 보면서 이 그림에는 어떤 시대의 모습이 담겨 있을까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편적으로 그림을 보는 것보다, 그림을 역사로 보는 것이 더 재미있고 의미있을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미술과 역사, 그리고 화가들의 삶이 하나로 엮여 있다. 그래서 그림을 보면서, 또 화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시대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역사라는 꾸러미에 그림과 사람들의 삶을 엮어넣을 수가 있다.

 

그냥 재미있게 읽어가고, 그림을 보면 자연스레 근대사가 머리 속에 들어온다. 역사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구나 할 수도 있고, 또 그림을 이렇게 융합해서 볼 수 있구나 할 수도 있고, 화가들이 이런 삶을 살았구나 할 수도 있다.

 

그림의 역사를 꿰는 재미도, 각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그리고 이를 통해서 역사를 알게 되는 재미도 있는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말도 있듯이 역사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게 다가온다. 지금은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하느니 마느니 문제가 붉어지고 있지만, 국정교과서가 우리 역사에서 어떤 작용을 했는지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알 수가 있다.

 

이렇듯 역사를 알면 좋지 않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하여 역사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재미있게 역사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이 책은 역사 책이 아니다. 오히려 그림에 관한 책이라고 해야 옳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을 순서대로 주욱 보기만 해도 우리 인류가 겪어온 역사를 알 수가 있다. 여기에 지은이가 진고 있는 역사적 관점을 더하고, 나만의 관점으로 다시 이 책의 내용을 더한다면, 우리 역시 안 좋은 역사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많은 그림들을 다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가장 가까운 현재, 독일이 나치들이 저질렀던 잘못을 반성하면서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세워 기념하고 있다는 것. 비록 그녀는 전쟁이 끝나기 전에 죽었지만, 그녀의 정신과 작품은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미술은 이렇게 우리에게 역사를 환기시켜주고, 역사를 기억하게 해주고 우리의 행동을 반성하게 해준다는 점을 이 책이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

 

<케테 콜비츠,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 1993년.

 

5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읽기에 결코 길지 않다. 지루하지도 않다. 오히려 읽을수록 흥미진진해진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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