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많은 디자인 씨 - 디자인으로 세상 읽기
김은산 지음 / 양철북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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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활하면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디자인은 도처에 있다. 길 가다 보는 간판에서부터, 그 간판을 달고 있는 건물, 걷고 있는 도로, 그리고 신고 있는 신발에, 입고 있는 옷,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많은 전자기기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디자인들이 우리 곁에서 늘 우리와 함께 하는데, 우리는 이 디자인을 특정한 순간이 아니면 인식하지 못한다.

 

특정한 순간, 그것은 이 자본주의 시대에는 구매욕구가 발동할 때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또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우리는 제품의 성능을 보기도 하지만, 디자인을 보고 구매하기도 한다.

 

이런 구매 욕구를 자본은 철저하게 이용한다. 기능과 성능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자동차에서도 요즘은 디자이너들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한다고 하니, 디자인은 이미 우리 삶에 깊숙히 들어와 있고, 특히 자본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책인데, 제목을 "비밀 많은 디자인씨"라고 붙은 이유는, 우리가 디자인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리라.

 

디자인이 겉으로 보여주는 면과 속에 지니고 있는 의미가 다를 수도 있음을, 그런 양면을 디자인이 지니고 있는데...

 

어떤 디자이너들은 철저하게 자본에 봉사하고, 어떤 디자이너들은 자본을 넘어서려고 하니, 디자인은 그 자체에 비밀이 있다기보다는, 디자인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지닌 의미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이게 바로 디자인의 비밀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디자인이라는 개념부터, 활용부터 시작한다. 디자인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면서 디자인의 비밀에 우리가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디자인의 비밀을 엿보았다면, 그 다음에는 디자인의 본질로 가설 차례다. 그것을 '닫힌 디자인, 열린 디자인'개념을 사용해 설명하고 있는 2부와 '누구를 위한 디자인인가'를 묻고 답해주는 3부에서 보여주고 있다.

 

자본에 봉사하는 디자인도 있지만, 우리의 삶을 좀더 좋은 쪽으로 바꿔가는 디자인도 있음을,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필요한 디자인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디자인에도 민주주의가 작동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궁극적으로 디자인은 이윤을 생산해내기보다는,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쪽으로 나아가야 함을, 그래서 이 책에서는 디자인 비평가 앨리스 로손의 말을 빌려 이야기하고 있다. (185-187쪽)

 

로손은 디자인이 꼭 해야 할 좋은 디자인을 위한 질문의 마지막에 '죄책감'을 들고 있다. 자신이 디자인한 작품에 죄책감을 느끼는가, 느끼지 않는가 하는 것. 만약 죄책감을 느낀다면 디자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디자인은 단지 미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윤리의 차원까지 나아간다는 것. 윤리와 정치의 영역에까지 이르러야만 우리는 디자인에 대해서 제대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디자인에 대한 관점을 세우게 해주는 책이고, 이 책 중간중간에 좋은 디자인의 예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 작품들이 나와서, 그것들을 보는 즐거움도 주고 있는 책이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도 이제는 '열린 디자인', '죄책감이 들지 않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그런 디자인을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시민들이 많아져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시민들을 길러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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