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과학수업
시간이 흐르면 굳어진다는 말을 듣고
어린 시절 나는 흙을 통에 담아
논두렁 깊이 묻어두기로 했다.
흙 속에 물을 비롯해 주변에서 얻은 것들을 함께 넣고
시간이 지나면 이것들이 서로서로 뭉쳐
돌이 될 거라고, 그게 몇 년이 지나야 할까만 생각했다.
고학년이 되면서 자연시간에 배운 풍화작용
단단하고 센 바위들이 비바람에 깎이고
세월에 녹아 모래가 되고 흙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풍화작용이라는 말에 낯이 붉어지고
논두렁 속의 흙통은 잊혀지고 말았다.
생물을 배우는 시간, 진화론
단세포 생물들이 서로 모여 다세포 생물로 변했다는
복잡한 신체기관이 단순해지기도 했다는
그런 진화에 대해서 배우면서
어린 시절 묻어두었던 흙통을 생각했지만
다시 찾을 수는 없었다.
단단한 것이 깎이고 부서질 수도 있지만
여린 것들이 서로 뭉쳐 크고 단단해질 수도 있음을
크고 모난 것들은 서로 부딪혀
둥글게 부드럽게 변해야 하고
작고 둥근 것들은 서로 부딪혀
모나고 예리하게 변해야 함을
과학수업이 나에게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