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법(法)에 대해
눈을 가리고 칼을 들고 있어야 할 정의의 여신이 눈을 뜨고 책을 들고 있다. 무엇을 살피려 함인가, 상류에선 동반자 견(犬), 하류에선 처벌자 검(檢)이 되려 함인가. 이럴 때,
법(法)은 평등(平等)하지 않다.
상류(上流)는 좁고 맑아서
무엇이 있는지 너무도 잘 보여
이고 가기엔 너무도 가볍다.
오히려,
발을 담그고, 시원하다!
즐겁기만 하다.
하류(下流)는 넓고 탁해서
무엇이 있는지 도무지 안 보여,
이고 있기엔 너무도 무겁다.
오히려,
몸이 잠기고, 익사한다.
견딜 수가 없다.
법(法)은
높이 올라갈수록 단순하다.
속이, 다 보이므로 걸릴 일이 없다.
낮은 곳에 갈수록 복잡하다.
속을, 볼 수 없으므로 다 걸린다.
법(法)이 평등하기 위해선
아래․위를 맞춰야 한다.
물로 맞추는 것이 아닌 삶으로.
그때서야 법(法)은, 법으로,
평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