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평준화 된 이후에 또 하나의 명문고를 꿈꾸는 자율형 사립고. 그들은 모두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는데...

 

  지금은 아니지만 반대로, 예전에 공고 학생들이라고 하면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들이란 인식이 팽배했다. 공고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특성화고등학교라 하여 공고나 상고의 학생들이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들보다 더 균질적이고 우수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학교의 현실이 바뀌었음에도 사회적 시선은 아직 바뀌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대학이라는 관문이 눈 앞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우수한 학생들도 사회적 시선 때문에 부담스러워하기 일쑤인데... 그들은 일반 인문계와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도 많고.

 

이런 그들에게 시의 맛을 알려주고, 그들이 쓴 시를 모아놓은 책이다.

 

말썽꾸러기 아이들과 함께 시를 읽고 시를 쓴 결과물. 시를 통해서 아이들 내면의 목소리를 읽을 수 있었던 교사들.

 

자신이 미처 몰랐던 내면을 시를 통해서 표현해 내는 아이들.

 

이들에게 시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학생들에게도 시를 쓰게 했다. 미래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그때그때 욕구를 내뱉듯 살아가는 학생들의 삶에 제동을 걸어 보고 싶었다. 잠시 멈추고 습관처럼 무뎌진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자는, 그래서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알아차려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긴 글쓰기는 엄두도 못내던 학생들도 일단 짧다보니까 써 보려고 했다. (50쪽)

 

시 쓰기는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속도로 달려만 가는 삶 위에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는 일이며, 욕에 기대지 않고도 자신의 속내를 드러낼 수 있따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그만큼 시는 위력적이다. (51쪽)

 

그렇다. 마냥 강한 줄 알았던 아이가 시를 통해서 약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숨겨져 있던 자신의 모습을 시를 통해서 드러내고, 발견한다.

 

이러한 일이 행동으로 변화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시를 써보고, 자신을 만나봤던 경험은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

 

아이들의 살아있는 목소리가 담겨 있는 시들이 많은데.. 그 중에 하나, 어른이 되고 싶은 이유가 절절하게 드러난 시. 우리는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오지 않았던가.

 

나도 이 시절엔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맘을 대변해준 듯한, 어른들에게는 청소년기의 자신을 생각하게 하는 시.

 

때문에

            - 송유정

 

아직 어린 열일곱 살이기 때문에

아직 어린 고등학교 1학년이기 때문에

아직 어린 엄마 아빠의 딸이기 때문에

 

짧은 치마를 입는 것도

짙은 화장을 하는 것도

옷을 펑펑 사는 것도

친구들과 밤늦게 노는 것도

내 맘대로 할 수가 없다

내 마음은 벌써 어른인데

어른들은 우리 맘을 모른다

 

아직 어린 열일곱 살이기 때문에

아직 어린 고등학교 1학년이기 때문에

아직 어린 엄마 아빠의 딸이기 때문에

그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정윤혜, 조혜숙 엮음, 내일도 담임은 울삘이다. 휴머니스트. 개정판 13쇄.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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