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 삶의 저편으로, 두 편의 프라하 이야기, 마지막 사람들, 사랑하는 신 이야기 릴케전집 7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 책세상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라이너 마리아 릴케.

 

참 듣기 좋은 이름이다. 소리내어 읽어보면 울림소리들이 입안에서 살살 굴러간다. 그런 이름을 지닌 시인. 그의 시를 몇 개 읽어보지는 않았다. 사실 독일어로 읽어야 제 맛인 시일지도 모르는데... 번역본으로 읽은 시들은 그리 감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릴케는 윤동주의 '별헤는 밤'에 나온다. 그만큼 많이 알려진 시인이다. 그의 작품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아주 유명하기도 하고.

 

그런데 그가 소설을 썼다. 궁금하기도 하고, 이 소설집의 뒤에 나오는 소설 중에 몇 구절이 다른 책에 인용되기도 해서 궁금해서 읽어보기로 했다.

 

'단편 소설'들이다. 그의 단편소설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네 개의 큰 제목을 지닌 단편소설들이 이 책에 묶여 있다.

 

삶의 저편으로, 두 편의 프라하 이야기, 마지막 사람들, 사랑하는 신 이야기

 

앞 부분을 읽어가면서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설의 내용이 어두침침하다. 마치 안개 자욱한 숲 속을 헤매고 있는 듯한 느낌. 그러니 읽으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다. 단편들이 예상하지 못한 결말을 맺기도 하지만, 대체로 어둡다. 이런 어둠이 지속된다.

 

그러다 '두 편의 프라하 이야기'에 가면 프라하에서 벌어지는 갈등들이 나온다. 독일과 체코 민족의 갈등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있는 자들과 없는 자들의 갈등이라고 해야 하나. 두 편이 묶여 있는데... 그래도 화해를 암시하는 결말이라, 읽을 만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 카프카를 떠올렸는데...그만큼 프라하는 카프카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찜찜한 기분이 마지막 단편소설집인 '사랑하는 신 이야기'로 가면 확 풀린다. 마음이 따스해지기 시작한다. 그래 릴케는 참으로 경건한 시인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여기에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미켈란젤로에 대한 이야기(돌에 귀를 기울인 사람)도 나오고, 여러가지로 신과 인간에 대해서, 아니 인간의 삶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동화적인 발상으로 삶에 대해서 생각해 주게 하는 소설들이 뒷편에 실려 있어서, 이 책을 덮는 순간 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무언가 신비한 것을 엿본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읽을 때 기분 좋은 이름이다. 그만큼 이 소설집은 읽어가면서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안개 자욱한 숲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하고, 그 빛을 향해 나아가는 기분이랄까. 릴케의 작품을ㅡ 단편소설을 읽었다는 즐거움... 그게 이 책을 읽은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