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행사가 끝나고 그득하게 남은 음식
음식물통에 담으려 뚜껑을 여니
그 안에 온갖 음식물들이 널브러져 있다.
갑자기 귓가에 들려오는 외침
“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죽어야지만 다른 삶을 이루는 음식들이
오로지 주검만으로 버려질 때
죽음을 삶으로 바꾸지 못할 때
죽음들이 헛되이 버려지고 만다.
이 때 다시 들려오는 처연한 외침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자신을 불살라
사람 사는 세상을 밝히려던 뜻을 모아
87년 노동자 대투쟁,
함께 어깨들 겯던 희망의 나날들
그러나 98년 노사정 대타협,
다시 죽음으로 내몰린 절망의 나날들
죽음을 삶으로 바꾸지 못하고
오로지 죽음만을 불러온 지난한 세월
다시 귓가에 울리는 외침
노동과 음식은 하나임을
죽음은 삶을 통해서 나타나야 함을
제 온몸을 불살은 노동자와
죽음으로 삶을 지속하는 음식이
함께 외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