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안정이 잘 안될 때는 시집을 펼쳐본다.

 

  다행히 집에 시집이 조금 있다. 여러 시인들을 뒤적일 수 있는 행복이 있다.

 

 그래서 집어든 시집. 이상국의 "집은 아직 따뜻하다"

 

 예전에 마음 편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읽다보니 참 편안한 마음을 지니게 해 주는 시들이 많다.

 

  강원도 산골, 비록 살기 힘들고 세상살이가 가파라졌지만, 그의 시에서는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도 애정을 지니고 있다.

 

  그런 애정이 시를 읽는 이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 퇴락해 가는 집들도 '아직 따뜻하다'는 표현을 통해 우리 사회는 아직도 살 만해야 한다고 시인이 말하고 있는 듯하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대결'이란 시가 마음에 와 닿았었는데... 다시 읽으니, '대결'도 좋지만 '국수가 먹고 싶다'란 시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그만큼 따스한 마음을 지니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대결

 

큰눈 온 날 아침

부러져나간 소나무를 보면 눈부시다

 

그들은 밤새 뭔가와 맞서다가

무참하게 꺾였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을 바치기 위하여

공손하게 몸을 내맡겼던 게 아닐까

 

조금씩조금씩 쌓이는 눈의 무게를 받으며

더이상 견딜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빛나는 자해

혹은 아름다운 마감

 

나는 때로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

 

이상국, 집은 아직 따뜻하다, 창작과비평사, 1998편. 18쪽.

 

 

 

 

 국수가 먹고 싶다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보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집은 아직 따뜻하다, 창작과비평사, 1998년. 42-43쪽.

 

'대결'에도 '국수가 먹고 싶다'에도 따스함이 묻어난다. 그렇게 따스함이 우리 사회를 감쌌으면 좋겠다.

 

마음이 따스해진 시집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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