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냐 개혁이냐
장마라는 핑계로
땀에 절은 옷들을
통에만 담가 두니
입을 옷이 없어져 간다.
빨아야지
세탁기에 넣다 보니
한 번에 들어가지도 않고,
여러 번 빨더라도 널 곳이 없다.
난감하게 세탁기 앞에 서 있는데,
혁명이냐 개혁이냐,
해묵은 논쟁이 떠올라
쓴웃음을 짓는다.
빨래처럼 제 때 빨면
그것이 개혁인 것을,
할 일이 묵히고 묵혀
쌓이고 쌓여 터지면 혁명임일,
개혁을 미룬 결과가 혁명임을,
돌아가는 세탁기에도
남아 있는 빨래를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