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를 읽는 방법 - 현상학적 해석과 치유시학적 읽기 크리티카& 2
김성리 지음 / 산지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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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는 주술적 힘이 있다.

 

옛날 사람들은 그렇게 믿어 왔다. 그래서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생겼고,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미신이려니 했는데... 일본의 과학자가 펴낸 책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 의하면 말은 사람을 변하게도 한다고 하니, 우리들이 말에는 어떤 힘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말의 힘을 바탕으로 '시치유'가 이루어진다. 시를 읽으며 자신의 감정을 읽고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극복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활동이다.

 

가끔 마음이 외로울 때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시를 떠올리는 것도 일종의 치유 행위인데, 시나 노래는 짧은 언어 속에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잘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시들이 치유에 좋을까? 이 책의 저자는 김춘수의 시를 꼽고 있다. 자신이 왜 김춘수 시를 좋아했는지 모르지만 김춘수 시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김춘수 시의 치유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고, 그래서 본인이 김춘수 시에 그렇게 매력을 느꼈구나 하는 이야기를 '머리말'에서 하고 있다.

 

시가 발휘할 수 있는 치유의 힘은 어느 시라고 갖고 있겠지만, 저자는 김춘수 시 전반에 걸쳐 그의 시가 지닌 치유의 힘을 우리에게 설명해 주고 있다.

 

초기 시부터 후기 시까지, 김춘수 시 전체를 아우르는 연구를 하고, 그를 통해 김춘수 시의 치유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인데...

 

김춘수는 삶의 의미를 추구했고, 그것을 시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의 시를 무의미시라고 하지만, 결국 무의미라는 것은 의미로 규정되는 좁은 이성의 세계를 넘어, 우리가 알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에까지 인식을 확장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점.

 

그는 무의식의 세계를 넘어 정치세계에 환멸을 느끼고 아나키즘에 경도되기도 하고(시에서 단재 신채호를 만나는 장면이 표현되기도 하는데...단재는 말년에 아나키즘 사상가로 변모한다), 천사에 집착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그는 외적인 제한을 넘어 자신의 내면 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가려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치열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그것을 언어를 넘어선 언어로 표현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김춘수의 시를 읽으면 이해는 못하더라도 가슴 속에서 무언가 울림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의 시를 계속 들여다보다 보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넘어서 존재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마음을 지닐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김춘수 시의 치유효과다. 그냥 "꽃"의 시인으로만 알았던 김춘수,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정도만 알고 있어서,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순수시인으로만 그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아니다. 그는 철저하게 인간 본질을 대면하려고 했다. 본질을 대면하고 그를 통해 자신을 극복하려고 했다. 그런 몸부림을 시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순수시라는 것이 현실도피의 시가 아님을 어쩌면 그가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춘수의 시를 천천히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간에 배워온 편견을 놓아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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