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원한 빗줄기가 내렸다.

 

중부지방은 장마라고 하여도 마른 장마라서, 거의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심각했는데... 가뭄과 더불어 무더위도 본격적으로 시작돼,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내리기도 했었는데...

 

어제는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더위와 가뭄을 모두 잡아주는 고마운 비라고나 할까.

 

빗소리를 들으면 부침개가 생각이 나고, 더불어 막걸리도 한 잔 생각하는데... 비와 음식이 절묘하게 연결이 되는데...

 

집에서 책장을 훑어보다가 안도현 시인의 동시집을 발견했다. 제목이 "냠냠"이다. 먹을 때 내는 맛있는 소리.

 

이 소리만으로도 입에 군침이 돈다. 먹을 때는 자고로 이렇게 맛나게 먹어야 한다. 그냥 동시집이겠거니 했는데... 모두 음식에 관한 동시다.

 

책장을 넘기니 재미있는 시가 많다. 비와 관련해서...'빗줄기로 국수 만드는 법'

 

빗줄기로 국수 만드는 법

 

좍좍 퍼붓는 굵은 장대비로는 칼국수를 만들자

 

가랑가랑 내리는 가는 가랑비로는 소면을 만들자

 

오고 또 오는 질긴 장맛비로는 쫄면을 만들자

 

안도현, 냠냠, 비룡소. 2010년. 81쪽.

 

음식과 빗줄기가 이렇게 연결이 된다. 좋다.

 

요즘은 방송에서 음식만들기 방송을 많이 한다. 각 방송사마다 적어도 한 편씩은 음식 방송을 하는 듯하다.

 

냉장고에 쌓여 있는 음식으로 요리를 하는 방송, 도시의 편리를 떠나 재료를 구하기 힘든, 또는 재료를 손수 구해야 하는 시골에서 요리하면서 지내는 방송, 음식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남자들이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법을 가르치는 방송 등등...

 

요리 방송의 백가쟁명시대라고 할만큼 많은 방송들이 나오고, 사람들이 또 잘 보고, 여기에 나온 요리사들은(요즘은 요리사라는 말보다는 '셰프'라는 말을 더 잘 쓰는데... 친숙한 말보다는 외국에서 들어온 말을 더 쳐주는 이런 언어 사용법... 글쎄...) 스타가 되고, 그들의 요리법(레시피)은 인터넷을 통해 유행하게 된다.

 

잘 먹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 어른이 되어 요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음식을 낭비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이런 요리 방송을 통해서 그런 일은 많이 줄게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음식에 관한 교육은 어려서부터 해야 한다. 적어도 자신의 생명을 위해서 요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음식을 적당히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도 살고 자연도 산다. 그래서 안도현의 이 시집은 이런 요리 열풍과 더불어 읽을 만하다.

 

밥 한 숟가락

 

한 숟가락도

남기지 마라

한 숟가락 남기면

밥이 울지

밥 안 숟가락도

못 먹어 배고픈

아이들이 울지

 

안도현, 냠냠, 비룡소. 2010년. 56쪽.

 

아이들의 마음에 콕 들어와 박힐 시 아닌가. 예전에는 이렇게 밥상교육을 했다. 그래서 음식을 남긴다는 일은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도 많은 음식이 넘쳐난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문제 아닌가. 이들을 재활용해서 비료로 쓴다고 했는데, 그도 잘 안되고 있는 실정이니... 밥상 교육, 정말 중요하다.

 

이런 도덕적인 내용 말고도 그냥 재미있는 시도 있다. 아니 이 시집에 있는 시들은 어떤 교훈을 강조하기보다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아이들이 그냥 재미있게 읽으면서, 마음 속에 담아두게 하고 있다. 그 중에 짧지만...언어 표현이 재미있는 시.

 

국수가 라면에게

 

너, 언제 미용실 가서 파마했니?

 

안도현, 냠냠, 비룡소. 2010년.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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