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의 카나리아, 잠수함의 토끼.

 

속해 있는 사회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알려주는 생물들. 그러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그 사람이 시인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시인들이 제대로 표현을 하지 않는 사회는 숨 막히는 사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일텐데...

 

지금 우리나라 시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몇몇 시인들이 이 사회에 대해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지만, 다른 시인들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지 않나.

 

요즘 나오는 시들을 읽어보면 도무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가 없는데, 이렇게 시인이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자신만의 표현을 하면서 독자들의 무지만을 탓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독자가 없는 시인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는 김수영의 '시여, 침을 뱉아라'라는 글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시인이 자기의 시인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거울이 아닌 자기의 육안으로 사람이 자기의 전신을 바라볼 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가 보는 것은 남들이고, 소재이고, 현실이고, 신문이다. 그것이 그의 의식이다. 현대시에 있어서는 이 의식이 더욱더 정예화-때에 따라서는 신경질적으로까지-되어있다. 이러한 의식이 없거나 혹은 지극히 우발적이거나 수면 중에 있는 시인이 우리들의 주변에는 허다하게 있지만 이런 사람들을 나는 현대적인 시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김수영전집2. 산문. 민음사, 1993년 1판 10쇄. 251쪽에서.

 

그렇다. 시인은 이렇게 현실에서 비껴갈 수 없다. 시인이 마주친 현실, 이것이 바로 내용이 된다. 이 내용은 형식에 의해 제약당한다. 이런 제약을 벗어나려는 몸부림, 그것이 바로 시인이 해야 할 일이고, 이를 김수영은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시인들이 그리워지는데...

 

메르스부터 시작하여 탄저균, 그리고 경제불황,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일본의 재무장화, 핵발전 확대 등등 우리 사회는 너무도 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이 문제들에 눈 감을 수 있는가? 이런 문제를 시적으로 표현해내는 시인들이 많아지면 사회는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지 않을까?

 

김수영은 시에 관한 강연보다는 지금 당장,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침을 뱉아야 한다(김수영전집2, 산문, 252쪽)고 했다 그만큼 글보다는 현실에 직접 몸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의미이리라. 

 

그리고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말한다.

 

"시도 시인도 시작하는 것이다. 나도 여러분도 시작하는 것이다. 자유의 과잉을, 혼돈을 시작하는 것이다. 모기 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시작하는 것이다. 모기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그것을-" (김수영 전집2. 산문. 254쪽)

 

이게 꼭 시인에게만 해당하겠는가. 아니 우리 모두에게 해당한다. 그래 우리는 이렇게 모기소리만한 목소리라도 우리의 소리를 내어야 한다.

 

 

 

침을 뱉는다는 얘기는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를 밖으로 끄집어낸다는 얘기다. 불만을 표현한다는 얘기다. 그러한 불만들이 모이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 작은 모기소리라도 온몸으로 표현해내는 소리는 곧 변화를 부른다.

 

아마도, 김수영은 그 말을 했으리라.

 

이런 김수영의 소리를 받아 박상배의 시에서는 다른 변주가 일어난다. 침이 아니라, 바람이다. 세상을 변화시킬 바람. 단순히 불만이 아니라,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작은 움직임... 그런 움직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야 침을 뱉지 말아라

                                               - 고 김수영님께

 

  시 속으로 비집고 바람이 들어가면 시의 날개는 조금씩 움직여 한들거릴 거야 그럴 거야 은이야 네가 이슬비 홀로 맞으며 입술에서 몇 줄의 시를 내뿜으면 그래서 그놈의 시 속으로 비집고 비집고 바람이 애써 들어가면 세상은 세상은 조금씩 움직여 한들거릴 거야 그럴 거야 은이야 나의 시야 침을 뱉지 말아라

 

박상배, 모자 속의 시들, 문학과지성사. 1988년. 80쪽

 

아무리 세상이 험해도, 견고해 보여도 바람이 들어갈 구멍은 있다. 그 구멍에 바람을 불어넣어 세상이 흔들리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시다. 시인이다. 우리들이다.

 

그런 생각을 한다.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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