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늙은 절집 - 근심 풀고 마음 놓는 호젓한 산사
심인보 글 사진 / 지안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종교가 다양하긴 하지만, 크게 세 가지 또는 네 가지로 나눈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신도들을 거느리고 있는 종교가 불교와 기독교(개신교와 가톨릭을 합쳐)이다.

 

그런데, 기독교는 근대화가 시작될 무렵에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그들의 모임 장소인 교회나 성당이 도심 한 복판에 있다. 이 장소는 우리가 찾아가기에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장소 고유의 특성을 지니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물론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건물을 독특하게 짓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반면에 불교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 전래되었고, 또 수행을 중시하다 보니 도심에서 멀어져 산 속에 있는 경우가 많다.

 

큰 절은 도심에 있기도 했겠지만, 대부분의 절은 산 속에 있다. 산 속에서 산과 물과 어울리면서 그 자체가 자연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절에 가보면 그 위치 선정에 놀라게 되고, 감탄을 하게 되는데... 가만히 있으면 무언가 마음이 편안해 지는 느낌을 받는다.

 

앞으로 탁 트인 곳을 바라보면서 자신 마음을 열기도 하고, 뒤로 절을 포근히 감싸안고 있는 산을 보면서 더 많은 것을 포용하려는 마음을 지니기도 하고, 세월의 흐름 앞에 여기 저기 퇴색해진 단청들과 건물들을 보며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한다.

 

이렇듯 절은 최신의 건물보다는 오래된 건물이 더 정감이 있다. 최근에 지은 건물들에는 이상하게 돈 냄새가 난다.

 

몇 달 전에 지라산 쌍계사에 들렀을 때, 마음이 편안하게 놓인다기보다는 무언가 돈 냄새가 물씬 풍긴다는 느낌으로 편치 않았었는데... 마냥 옛것을 지킬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옛것이 지닌 정신만은 계승했으면 좋겠다.

 

제목이 "곱게 늙은 절집"이다.

 

'늙은'이라는 말에 우리는 자칫 '추함'을 연상하기도 하는데, '늙음'은 추함이 아니라 세상을 받아들임이니, 곧 포용이다.

 

세상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와 세상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지니게 되는 때, 그 때가 바로 '늙음'의 때인데... 절이 곱게 늙으면 참 보기 좋다.

 

그 자체로 마음이 편하다. 그 절의 문화적 가치나 사상적 위치를 굳이 알 필요가 없다. 그냥 그 절에 가서 가만히 머무르면 된다. 몇 시간이라도 좋고 며칠이라도 좋다. 그냥 있으면서 절과 함께 호흡하면 된다.

 

늙은 절은 언제 가도 받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뭐, 너무 유명한 절은 굳이 갈 필요가 없다. 그런 절에 갔다가는 늙음이 주는 여유로움과 편안함 대신에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유명세를 치르는 절을 보러 온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더 피곤할테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그래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법주사'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처음 들어본 절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 절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동안 마음은 지은이와 함께 한다. 내 마음도 그 절에 가 있다. 그 절에서 함께 하고 있다. 늙음이 주는 여유와 편안함을 내 마음이 받아들인다.

 

그런 절, 언제든 가서 '곱게 늙은 절'과 함께 그 일부가 되어보는 경험을 해 보고 싶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절 이름들, 지은이가 안도현의 시를 인용해서 말하듯이 굳이 그 이름들을 여기에 적지는 않겠다.

 

우리가 모르는 절이라면, 그 절은 이미 '곱게 늙은 절집'이 되어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 절집을 자신이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덧글

 

읽으면서 두 군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먼저 16쪽. 화암사에 대한 설명 중에 '신라 진성여왕 3년(694)일교 국사가 창건하였으며...이곳에서 원효, 의상대사가 수도하였고'라 했는데...

 

진성여왕은 신라 말기의 여왕이고 재위 기간이 887년에서 897년이니 진성여왕이 아니라 효소왕(재위 기간 692-702) 3년이라고 해야 맞다.  그리고 의상대사는 702년에 입적했으니 이 절에서 수도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원효대사는 686년에 입적했다고 되어 있으니, 이 절에서 수도했을 리는 없다.

 

다음, 435쪽. 선운사 도솔암에 대한 이야기에서 '어린 잎으로 떡쌈을 해 먹는 굴참나무'라고 되어 있는데, 아마도 뒤에 굴참나무가 또 나오는 것으로 보아, 굴참나무가 아니라 떡갈나무일 것이다.  

 

마음이 편해지는 책인데... 품절이 되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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