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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
한젬마 지음 / 명진출판사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국민공통교육이라고 하나? 우리나라 사람이 어린 시절 학교에 다니면 예외없이 배워야 하는 과목.
의무교육이 9년이니, 9년 동안 누구나 배워야 한다. 학교를 거부한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그런 과목들 중에서 예술교과라고 하여 음악과 미술이 있다.
9년이나 배우는 예술 교과. 사실 유치원도 거의 의무이다시피 하니 10년 넘게 음악과 미술을 모든 국민이 배운다고 하면 된다.
그야말로 대단한 문화민족이다. 문화가 융성해야 한다. 이론상으로는. 사회 전반에 예술이 넘쳐 흘러야 한다. 모든 국민이 10년 넘게 예술 교육을 받았는데, 그 정도는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간혹 '그림을 읽어준다' 또는 '그림을 보여준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왜지? 그렇게 오랫동안 미술 교육을 받았는데... 단지 미술만이 아니라 음악도 마찬가지다.
왜?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 너무도 제대로 배웠기 때문에... 시험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만 배웠기 때문에... 마치 "삼국지"에서 관우가 유비를 만나러 간다고 '오관돌파'를 할 때처럼 시험이라는 관문만을 통과하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미술과 음악은 실생활에서는 멀어지고 말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림을 자기 나름대로 보지도 읽지도 감상하지도 못하고 오로지 정해진 정답만을 찾는 교육을 받았으니, 어떻게 어른이 되어서 그림과 가까워질 수 있겠는가.
오히려 그림은 나와는 상관없는, 한 때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했던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대상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건 비극이자 낭비다. 시간 낭비 예산 낭비, 그리고 청춘의 낭비, 열정의 낭비, 창조성의 낭비다. 아예 창조성이 생겨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차라리 미술이나 음악교육에서 시험을 없애고, 이 책처럼 미술에 대해서 자신만의 감상을 지니도록 안내를 하면 어떨까?
그림을 보면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가 아니라 그 그림에 나에게 어떻게 다가왔나 하는 점을 느끼도록 하는 미술 교육.
또 그처럼 자신의 감정을 미술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표현하게 하는 교육, 그런 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명실상부한 예술국가, 문화국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젬마의 이 책은 이 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고 있다. 그림에 대해서 어떻게 다가가면 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고나 할까?
그림을 통해서 자신과 사회, 그리고 다른 사람, 또 그림을 연결짓고 있다. 그림 따로 사람 따로, 또 사회 따로가 아니라, 모든 것이 연결되게 된다.
한젬마의 이 책은 이런 점에서 동떨어져 있다고 여긴 대상들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나와는 먼 미술이 결코 멀지 않음을, 미술은 늘 우리 곁에 있음을, 우리 마음 속에 있음을, 그림과 글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하여 그림에 다가갈 수 있다. 또 그림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림을 통해서 나를 바라볼 수도 있게 된다. 이게 이 책이 지닌 장점이다.
<부록>에서 미술에 관해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어서 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