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실향민이다

 

이동순의 시 물의 노래를 읽다

일제강점기에, 전쟁으로, 난개발로, 댐으로

고향을 잃은 사람, 실향민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져 눈물이 울컥하는데

그 시들과

첨탑 위 노동자들,

송전탑 반대하는 산 위 노인들,

구럼바위 앞 사람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바닷속을

깊게깊게 응시하던 팽목항 사람들,

그들과 함께 애달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함께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는 모두 실향민이다.

어미의 뱃속에서 나와 탯줄이 끊긴 순간

가정에서 학교로, 직장으로, 아이들 학교를 따라 가는 순간

자신의 사상을 잃고 시류에 영합하는 순간

자본에 휘둘려, 권력에 휘둘려 사람임을 잃는 순간

무엇을 잃었는지, 어떻게 떠나왔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살아가는 순간

우리는 모두 실향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랬더니

인간이 에덴에서 쫓겨나 천년왕국을 갈구할 때

사람들이 윤회의 굴레에 떨어져 해탈을 꿈꿀 때

이미 실향민이 되었다는 사실,

우리 모두는 이미 실향민인데, 저만은 아닌 양

좀더 약한 사람을 핍박하고 쫓아낼 때

그들은 영혼까지도 고향을 잃은 실향민이니

제 상실을 알지 못하고, 제 비참을 깨닫지 못하는

그들에게 우리는

모두 실향민이라고 우리

함께 기대어야 한다고

외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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