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누군가의 손에서
그와 함께 하던 행복한 시절을 뒤로
이제는 다른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거나
버려져야 할 책들을, 퇴색해 가는
골목에 허름한 집이지만
품고 있는
한 시절 잘 견뎠다고
아직은 쓸모 있다고
세월의 흐름에 맞서
함께 버텨보자고 그렇게
켜켜히 쌓이는 먼지를
함께 맞아주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점점 뜸해지며
책은 안에서 낡아가고
자신은 밖에서 늙어가는,
그러나 늘 그 자리에 있어
주머니 가벼운 나를 반겨줄
오래된 미래, 헌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