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복종
에티엔 드 라 보에시 지음, 심영길 외 옮김 / 생각정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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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복종"

 

자신이 노예처럼 굴종적인 삶을 산다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하고 사는 삶. 복종이 마치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한 양 생각하면서 사는 삶. 새장 안에서 태어나 한 번도 새장 밖으로 나가보지 못한 새가 새장 문을 열어도 새장 안에서만 지내려고 하는 것과 같은 삶.

 

이것이 바로 자발적 복종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런 자발적 복종은 주로 독재정치에서 나타나는데, 바로 독재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자발적 복종'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자발적 복종'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데 있다. 자신이 노예처럼 살아가면서도 주인인 양 행세하는 사람들, 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자연스레 그냥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왜 그럴까? 이 책의 저자 보에시도 이야기하지만 중요한 요인으로 교육이 있다. 그래서 독재자는 교육 분야를 장악하려 하고, 교육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통제하려 든다.

 

여기에 또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노력을 한다. 한 때 3S정책이라고 해서 섹스, 스크린, 스포츠가 우리 국민의 의식을 마비시킨다고, 독재정권이 자신들의 독재를 무마하기 위해서 이런 정책을 폈다고 했다.

 

이런 분석이 보에시의 책을 읽어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현실을 분석한 결과 나온 것인지 모르나 국민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정책을 따르게 하는 데는 이만한 정책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자유인은 이런 정책의 이면에 숨겨있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재자의 정책이 이루어내는 결과를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현상에만 급급하지 않고, 자신의 물질적 이익에만 급급하지 않고 역사적 안목을 지니고 현실을 미래의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자유인이 되어야 한다.

 

독재는 독재자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들의 자발적 복종에서 나온다는 말, 명심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지 않고, 그 뒤에 숨어 있는 것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겠다.

 

이 책, 참 오래된 책인데.. 지금 너무도 시의적절하다. 작은 소책자지만 내용은 방대한 분량의 저작 못지 않게 좋다. 역시 위대한 고전은 분량과 상관없이 시대를 관통한다.

 

아래는 참고할 만한 구절들이다.

36-37. 독재자의 권력이란 그 권력에 종속된 다른 모든 이들이 그에게 건네준 힘일 뿐이다. 다른 모든 이들이 독재자를 참고 견디는 한, 그의 권력이 부리는 횡포는 계속될 것이다. 사람들이 독재자에게 저항하지 않더라도, 독재자는 더 이상 그들에게 어떤 해악도 끼칠 수 없다.

44. 민중이 독재자에 대한 굴종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독재자는 스스로 무너진다. 그에게서 무엇을 빼앗을 필요도 없다. 단지 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 된다.

63. 독재자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민중의 선출로 권력을 부여받아 나라를 다스리는 자, 무력으로 나라를 차지해 통치하는 자, 권력을 상속받아 군림하는 자.

65. 통치권력에 도달하는 방법은 달라도 통치하는 방식은 항상 거의 동일하다. 선거로 권력을 쥔 지배자들은 민중을 마치 사나운 황소를 길들이듯 취급한다. 정복자들은 백성을 노획물로 여기며, 권력을 세습받은 자들은 백성을 그들의 당연한 노예로 간주한다.

66. 인간이라 불릴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자들이 스스로를 노예로 종속되도록 방치한다면, 거기에는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조건 중 하나 이상이 충족되어야 한다. 완전히 겁에 질리거나 철저히 실망하거나.

70. 관습은 우리가 굴종을 거부감 없이 삼키게 함으로써 더 이상 굴종의 독으로부터 쓴맛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87-88.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첫 번째 이유는 노예로 태어나 노예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다른 이유가 추가된다. 독재하에서 사람들은 쉽사리 비겁해지고 나약해진다.

99. 통치자들은 대형 범죄를 저지르기 직전 언제나 공공의 복지와 안녕을 위하는 일이라며 멋진 연설과 과장된 태도로 불행의 수렁으로 빠질 위기에 처한 국민들을 달콤하게 달랜다.

109-110. 언제나 대여섯 명이 독재자의 권력을 떠받들고 그것을 유지한 바로 이 대여섯 명의 신하가 온 국민을 노예처럼 부리는 것이다. 이들은 언제나 왕의 귀 노릇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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