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란 분갈이

 

두 해째

군자란이 꽃 피우지 않아

분갈이를 하다 보니

뿌리가 엮이고 얽혀

서로를 감싸고 뭉쳐

제 살찌우기에 바빠

도무지 영양분을 꽃으로

보낼 수 없게 되었다.

꽃도 피우지 못하는 것들이

제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 쓰며

잎과 뿌리만 존재한다는 듯이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 주고

흙이 주는 영양을 저희들끼리

생산 없는 소비만 하고 있었다.

이 얽힘을 풀지 않으면

웃자란 뿌리를 잘라내지 않으면

앞으로도 꽃을 보지 못하리라.

서로 얽혀 있는 군자란을

떼어내고 뿌리를 잘라내고

다시 심어 내년을 기약하는

분갈이를 하면서

세상도 이렇게

한 번씩은 갈이를 했으면

난마처럼 얽혀 있는 뿌리들을

잘라내었으면

꽃 피우지도 못하고

제 자리만 지키는 일은 없을텐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엮고 엮여 있지 않고

꽃을 피울텐데,

군자란처럼,

세상도 가끔은 갈이가 필요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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