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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소설의 불교적 성격
김상수 지음 / 국학자료원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독서, 그 가운데서도 훌륭한 문예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가 하고픈 말을 경청한다는 것 외에도, 작품이 내포한 작가의 또 다른 자아와 맞닥뜨리는 순간을 경험하는 일이다. 그 작품 속 자아는 작가 스스로도 감지하지 못할 수 있는 은밀한 자아이다. 독자의 자아는 작가의 그 내밀한 자아가 구축해놓은 작품세계에서 그 구조물의 상징과 은유에 공감하고 공명하는 희열을 맛볼 수 있다.' 175쪽 결론에서
소설을 읽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작가의 다른 모습을 찾아내는 것, 여기에 바로 나 자신의 삶을 다르게 보게 되는 것.
최인훈은 '전후 최대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이런 평가를 차치하고서도 그의 작품 중에 '광장'은 지금까지도 읽히고 있는 작품으로 살아남았다.
여기에 그의 작품들 하나하나가 읽을 만하고, 여러 생각들을 하게 해주는데, 이 책은 이런 최인훈의 작품에 관통하는 하나의 틀이 무엇일까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그 결과 최인훈의 소설들을 관통하는 틀이 바로 '불교'라고 하고, 이를 종교로서의 불교라고 하기보다는 철학으로서의 불교라고 하고 있다.
즉 몇 천 년 동안 우리나라 정신세계를 관통해온 불교가 최인훈의 소설에서도 은연중에 또는 드러내놓고 나타난다고 보고 있는데, 그렇다고 그의 모든 작품에서 불교적 성격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불교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고통의 바다'苦海'로 보고 있고, 그것을 헤쳐나가 해탈에 이르러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대부분의 소설들이 바로 이런 불교적 성격을 자연스레 띠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소설이란 문제 있는 세상에서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소설의 장소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소설이 소설로서 기능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인훈의 소설에서 불교적 성격을 찾아내고, 그것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고 하는 이유는, 최인훈의 소설에서 이런 불교적 성격이 명확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령 그의 작품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는 아예 '석가'라는 말이 등장하고, 소설제목을 통해서도 불교와의 관련성을 나타내는 '구운몽','서유기'가 있으며, '가면고'에서는 인도의 왕자가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하며, 불교에서 열반에 이르는 정진 방법으로 화두를 들고 있는데, 이 '화두'를 소설 제목으로 삼기도 했다.
그러니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중심에 불교가 있다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기도 하고, 소설을 다양하게 보는 관점을 배울 수도 있는 책이기도 한데, 결국 소설은 작가가 완성해서 독자에게 내놓지만, 작가가 내놓은 순간 그 작품은 독자의 것이 되기도 한다는 것, 그래서 소설의 최종적인 완성은 독자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
소설이 생명력을 지니려면 시대에 따라 또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질 여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인훈의 소설은 우리나라 현실을 비판한 사회소설로도, 또 대체 역사를 다룬 소설로도('태풍'), 가상의 현실을 도입하여 신랄하게 현실을 풍자한 소설로도, 고전소설에서 제목을 따와 그를 현실에 맞게 변용한 소설로도, 관념이 극명하게 드러난 난해한 소설로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점 중에서 최인훈 소설의 불교적 성격을 밝혀 보여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최인훈 소설에 또 하나의 관점이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