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많은 여유가 내게 들어와 다른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 것을 버리고 비우고 비워 더 많은 것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아집을 버리고, 세상을 보는 눈이 더욱 커지고, 귀는 더 열리고, 마음은 더더 커져 마음의 통이 유연하게 늘어날 수 있어야 하는데...

 

세상이 점점 더 각박해져 가는 것을 세상 탓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잃어가는 나에게서 찾을 수도 있어야 하는데...

 

좀더 높은 자리, 좀더 힘센 자리에 있다면 더 여유가 있어서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이 커야 하는데...

 

모든 것을 법으로, 법대로 처리하는 것이 좋을지...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죄를 위헌이라고 폐지한 것도 역시 법대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푸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러니 법이라는 글자에 매여 판단한다기보다는 사람이 사람을, 또는 다른 것들을 융통성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라는 사실을...

 

더 각박해져가고 있는 이 시대. 우리가 여유를 찾으려면 우리들 마음도 추스리고 다스려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먼저 더 높은, 더 힘센 자리에 있는 사람들부터 자신들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

 

온갖 비리가 관행으로 덮이지 않는 사회가 되게... 그것을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가리지 않게... 진짜 융통성은 그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자신보다 약자들을 품어안는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를.

 

남해에 여행갔다 왔다.

 

남해의 바람이 따뜻해서 봄이 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에도 봄이 왔으면... 하는 바람도 지니고.

 

안차애의 시집을 읽다. 읽다가 이 시를 보고, 아, 사람도 이랬으면 하는 생각을 하다.

 

 가슴에 품어서 막아내다

 

이쪽에서 저쪽 풍경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제주 돌담

구멍 숭숭한 모공으로

얼기설기 쌓아둔 틈새로

연신 바람의 입질을 받아낸다

바람에게 속 반쯤 내주고

바람에게서 자유로워진다

아둥바둥 막으려고만 하다가는

옆구리에 심각한 골절상을 입는다는 것을

무심중에 알아

맞바람 모난 투정도 두루뭉실 달래주고

화 돋구지 않게 요리조리 숨구멍도 틔워주며

허허실실

서슬 시퍼런 풍촌(風村)에서도

찬 기운 막아내고

제 몸 다치지 않게 건사하더라.

 

안차애, 불꽃나무 한 그루, 문학아카데미. 2003년.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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