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고양이 - 과학의 아포리즘이 세계를 바꾸다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박규호 옮김 / 들녘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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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어렵다. 그런 선입견이 있다. 그리고 사실 과학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학생이 아니고서는 학창시절에 제일 어려운 과목으로 과학을 꼽는 학생들이 많다.

 

과학은 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에 수학에서 고전을 하는 학생들이 과학을 좋아할 수가 없다. 게다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과학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시험을 위해서 과학에 접근하는 대다수의 학생에게 과학의 아름다움, 과학의 즐거움을 느끼리라 생각하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

 

이런 상태에서 뛰어난 과학자가 나올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드는데, 현대 과학은 특출난 한 개인에 의해 이루어진다기보다는 함께 하는 가운데서 성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전적인 말을 곱씹어보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더 좋다고 했으니, 과학을 즐기는 학생들이 그리 많지 않은 현실에서 과학적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과학고라는 과학 특수 학교가 많이 만들어졌고, 이런 과학고도 모자라 영재학교라고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하는 특수 과학고가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 기초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업적을 낸(이것도 좀 우습기는 하지만... 업적을 내기 위해서 과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좋아서, 즐겨서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많아져야 하는데, 다만, 이렇게 즐기는 학생이 많으면 성과는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이 말을 쓴다) 사람이 아직도 없는 상태니(이를 아주 간단하게 노벨상으로 국한하자면), 과학고의 운영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문과와 이과의 구분도 없어져 모든 학생이 과학을 공통으로 배워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다고 성과가 나올까는 의문이다.

 

과학고와 같은 특수학교, 또 과학을 모든 학생들이 특정한 나이가 되도록 배워야 한다는 의무, 이런 것 말고 정말로 과학을 좋아하고, 즐기고, 또 그러한 과학으로 자신의 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이렇게 과학에 대해서 흥미를 잃은 사람들, 또 과학은 너무 어렵다고 아예 접근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과학도 재미있음을, 즐거움임을, 또 아름다움임을 알려주기 위해서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

 

딱딱한 과학이론에 대한 건조한 설명이 아니라, 과학자의 일화와 연결지음으로써 과학이론에 좀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케플러의 난제는 과학이라는 학문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과학의 발전을 이루어낸 인물들에 관해서 널리 이야기함으로써 관심을 일깨우는 것이다. ... 이 책에서는 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의 관심을 불어일으킬 작정이다. 즉 특정한 물음이나 성찰에 대한 명제들을 그것을 최초로 던진 인물과 직접 연결시켜 이야기하는 방식을 사용하려고 한다.' (6-7쪽)

 

이런 목표를 지니고 슈뢰딩거의 고양이부터 시작하여 노벨상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물리학이나 화학, 생물학, 생리학 전반에 걸쳐 우리에게 친숙한 또는 생소한 용어들을 과학자의 삶과 연결지어 설명해주고 있기에, 과학이론에 대해서 골치 싸매며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과학이론을 우리에게 전달해준다기보다는 과학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마치, 보물창고로 들어가 보물들이 어디에 있는지, 그 보물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지도를 손에 들고 우선 한 걸음 내디디면, 이제는 지도에서 찾을 수 있는 길을 더욱 구체적으로 갈 수 있는 과학에 대해 찾으려 하게 된다. 그리고 찾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목표로 하는 것이니까.

 

과학이 자기와 동떨어진 또는 상관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자. 과학은 바로 우리 삶임을.

 

내가 어떤 세상을 살고 있고, 또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서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길테니.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의도한 바일테고... 한 가지 이 책에서 누차 강조하고 있는 점은 과학은 과학으로써만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위대한 과학자들도 꿈에서 또는 신비로운 체험을 통해서 자신의 발견을 정식화하기도 했다는 점. 하여 과학자들이 연구실에 들어앉아 연구를 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공부와 경험을 통해 자신의 과학을 공고하게 만든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과학고라는 특수한 학교를 운영하는 우리나라, 과학고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를 이 책에 단서를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진정한 과학자를 어떻게 양성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과학고 운영자들이 해야 하고, 그런 질문에 과학의 아포리즘들과 관계된 과학자들의 삶이 실려 있는 이 책은 훌륭한 참고자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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