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 금수회의록


동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같은 종끼리 삼삼오오 모여 있다

긴급한 일이라도 있는 양

서로가 긴장한 얼굴이다

 

숲에서 힘을 발휘하는 종족이 먼저 말을 꺼낸다

숲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종족도 말을 꺼낸다

숲에도 끼지 못하는 종족은 그 자리에도 없다

모두가 다른 종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것이 가장 긴급하다고

이것은 정말 필요하다고

저마다 자기 말을 하는데

 

모두가 다른 말이다

모두가 말만 뱉는다

모두가 듣지 않는다

말들만 거기 맴돈다

 

서로 튕겨진 말들이

그곳에 머무는 동안

그 자리에 끼지도 못하는 동물은

제 삶을 살아가기에 급급하다

 

그곳에서 나온 말들은

먼 곳의 이야기일 뿐

결코 자신들의 삶과 맺어지지 않는다

서로는 모두 다른 종일 뿐이다

 

결코 소통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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