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물리적인 추위보다 심리적인 추위가 더 견디기 힘들다.

 

힘든 세월. 그것을 우리는 겨울에 비유하는데, 그러나 겨울은 언젠가는 간다. 봄은 온다.

 

그 봄을 위하여 그렇게 혹독한 겨울도 우리는 견디고 있는지도 모른다. 봄을 더 만끽하기 위해.

 

겨울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지금 당장 여기에서 겪고 있는 겨울은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봄을 생각하기 힘들어지기도 한다.

 

이 때 눈에 들어온 시 한 편.

 

그래, 나무를 보자. 나무는 땅 속에 뿌리를 박고, 땅 위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고, 하늘을 향해 끝없이 자기를 성장시켜 나간다.

 

추운 날, 앙상한 가지만 있는 나무. 그러나 그 나무는 뿌리부터 봄을 준비한다. 다시 봄이 옴을 믿고...

 

겨울. 간다. 봄. 온다. 이것은 희망이 아니다. 이것은 진실이다.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 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몬이 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시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 피는 나무이다

 

전국국어교사모임, 문학시간에 시읽기3. 나라말, 2008년 초판 8쇄. 174-175쪽

 

지금 혹독한 겨울을 겪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나에게 이 시가 마음 속에 절절하게 박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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