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처럼 서러워서 작은숲 에세이 4
김성동 지음 / 작은숲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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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다. 서럽다. 그러나 알아야 한다. 서러워서 마음 속에 새겨야 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패자의 기록이기도 하다.

 

승자의 기록을 보면서 패자의 삶을 유추해내는 일, 그것이 역사이기도 하다.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진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현재를 알려면 과거를 알아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역사는 우리 삶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록이란 살아남은 자들이 기록한 것들이고, 그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되기 마련이니, 지금까지 남아 있는 기록을 곧이 곧대로 믿어서는 역사를 제대로 알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김성동은 소설가다.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작품은 "만다라"다. 그 작품 하나라도 그는 우리나라 소설사에 이름을 남기는데, 그가 역사 쪽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현대사 아리랑"

 

근대 우리나라에서 역사 속으로 스러져간 사람을 다룬 책. 그 책을 읽으면서 참 서러웠다. 이런 사람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이번에 또 역사에세이라는 이름을 달고 그가 역사에 대해 쓴 책이 나왔다. 이건 무조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는데, 혹 기존에 아는 얘기들이 반복되지는 않을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현대사 아리랑"에서 그가 보여준 관점에 믿음이 가기에 구입해 읽기 시작.

 

읽으면서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다. 마음이 점점 서러워지는데, 정말 염불처럼 서러워지는데, 그런데도 책을 계속 읽게 된다.

 

여태까지 내가 알던 사실을 뒤집어주는 그의 역사에세이가 계속 글을 읽게 한다. 그렇다. 그는 지금까지 패자로 전락한 사람들을 다시 역사에 불러오고 있는 작업을 한 것이다.

 

역사에서 단 몇 줄, 또는 그나마도 없거나, 있어서 곡해되고 있는 사람들을 현대에 불러온다. 불러와서 봐라, 이것이 이 사람들의 진면목이다라고 당당하게 외치고 있다.

 

하여 그들이 당시 역사에서는 패자에 불과하겠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당당한 역사의 주인공이 되게 한다.

 

그는 말한다.

 

이른바 역사라는 것은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승자들이 꾸려 가는 역사가 바로 오늘 이 현실인 것이라면, 역사의 패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패자의 남겨진 자식들은 말이다. 잘못된 역사를 탄식만 하고 있을 것인가? 마침내는 그리하여 '비단할아버지에 거적자손'이 되고 말 것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적어도 역사에서 밀려난 우리 할아버지들이 이루고자 하였던 세상이 어떤 세상이었던지는 알아야 한다. 그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고자 어떻게 움직이다가 어떻게 그리고 왜 쓰러지게 되었는가 하는 역사의 진실만큼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자손된 도리가 아니겠는가. ('머리말'에서)

 

쓰라린 말이다. 역사에서 스러져간 사람들을 다시 살려내는 일. 그들이 비록 스러져갔을지언정, 그들이 꿈꾸었던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음을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일. 그것이 바로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이고, 역사의 패자들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는 승자들이 만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재는 승자와 패자의 만남과 다툼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온전히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승자만이 아닌 패자들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역사를 온전하게 만들어주기 위한 발판이 되는 책이다. 적어도 승자의 기록에 의해서 왜곡된 사람들에 대해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역사의 패자들을 보자.

 

백제 사람들, 특히 우리는 잊고 있지만 중국 대륙에 백제가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 궁예, 묘청, 신돈, 이징옥, 김개남, 김백선, 서장옥, 최서해, 남로당

 

이밖에도 이름 없는 농투산이들, 풀과 같은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했거나 또는 역사에서 왜곡되거나 사라진 사람들이다. 이들을 현재로 다시 불러내 그들이 꿈꾸었던 세상에 대해 이 책은 다시 알려주고 있다.

 

작가의 생각이겠지만 이벤트로 구입한 이 책의 속지에는 작가의 친필 사인(친필이겠지...)이 있다.

 

맹자가 한 말이라고 하는데...

 

군자유삼락이왕천하불여존언(君子有三樂而王天下不與存焉)

(군자에겐 세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왕이 다스리는 천하는 이에 속하지 않는다)

 

그렇다. 작가가 꿈꾸는 세상이 왕이 다스리는 사회가 아니다. 이름없는 풀과 같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들이 함박 웃으며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온 사람들 중에는 그런 세상을 꿈꾼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비록 당시의 역사에서는 패자가 되었을지 몰라도 그들의 꿈꾸었던 세상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에 이루어야 할 우리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패자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니, 그만큼 이 책은 우리에게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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