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만나는 법 - 역사와 이야기가 만나 펼치는 조선 시대 45장면
신병주 지음 / 현암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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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현재를 알게 해주는 거울이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현재를 제대로 살기 위해서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역사는 늘 우리와 함께 했고, 언제든지 배워야만 하는 학문이었다. 학문이라기보다는 삶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 듯하지만, 공자까지도 역사를 중시해서 "춘추"라는 역사서를 쓰지 않았던가. 그러니 우리나라 역사를 통하여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

 

역사에 관한 책을 왕조가 바뀌어도 계속 냈던 이유는 과거를 정리한다는 면도 있지만, 과거를 정리하면서 현재를 만들어간다는 측면이 더 강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역사는 우리의 삶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기록이 잘 남아 있는 시대가 바로 조선 시대 아니겠는가.

 

현대와 가까운 시대이기도 했지만 엄청난 기록유산들이 남아 있기도 하고, 성리학을 공부한 양반 계층들이 어떤 형태로든 당대의 일들을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에 그래도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시대가 조선시대라고 할 수 있다.

 

조선 시대라고 하면 27명의 왕들이 있었다는 기본적인 사실 말고, 어렸을 때 노랫가락에 맞춰 부르던 "태정태세 문단세..." 말고 조선을 좀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시간 순서대로 쓰이지도 않았고, 또 사건 중심으로 쓰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몇 개의 주제로 분류를 해 놓고 있는 책인데... 조선 시대 일어났던 일들을 그 당시 기록을 중심으로 우리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는 책이다.

 

역사를 공부한 저자의 해설이 중심이 아니라 조선 시대 그 현장에 서 있던 사람의 글이 중심이고, 그 글을 중심으로 저자의 해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해석된 역사가 아니라 우리가 해석할 역사로 이 책을 받아들일 수가 있다. 적어도 옛글을 통해 직접(?) 선인들을 만나고, 선인들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더불어 조선 시대 풍습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역사와 이야기가 만나 펼치는 조선 시대 45장면'이라고 하는데, 조선 시대의 생활과 사상을 알 수도 있지만, 옛글에 비추어 지금을 알 수도 있게 되는,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지를 읽으면서 느끼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가령 '영조의 반값 군포는 과연 성공했을까?'라는 글을 보면 시작을 이렇게 한다.

 

"정치권에서 국민과의 소통은 늘 중요한 화두이다. 그만큼 소통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전통 시대에도 백성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강한 왕들이 있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영조다."(219쪽)

 

현재와 과거가 소통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 '불통의 시대'라고 일컬을 수가 있는데, 여기서 소통을 잘한 왕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제목에 '군포'가 들어가는데, 이 '군포'는 요즘 말로 바꾸면 '세금'이다. 과거가 현재로 확 들어오고 있다.

 

영조가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가 반값 군포 즉 군포 2필을 1필로 납부하게 하는 정책을 펼친 이야기가 나온다. 그 다음에 저자의 생각이 영조의 일에 덧대어 펼쳐지는데...

 

"결국 균역법의 실시는 백성들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양반층, 특히 땅이 많은 지주들의 부담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백성들과 소통하면서 균역법이라는 국가 정책을 실천한 영조의 모습이 결코 옛일로만 느껴지지 않는 시대다." (223쪽)

 

이거 어째, 조선 시대 부흥의 시대, 영조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우리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어떤가? 소통이 되는가? 서민들의 세금 부담이 줄었는가? 오히려 '부자 감세'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 아니던가.

 

어떤 정책이 국민을 위하는 정책인지, 이미 영조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영조 때 조선 시대는 제2의 중흥기를 맞이하지 않는가. 그 의미를 파악하는 일, 역사를 현재로 가져오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의미다.

 

'조식이 백성을 두려워하라고 한 이유는?'이라는 글에서는 남명 조식을 들어 정치권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백성을 떠난 정치는 있을 수 없음을, 결국 정치인을 뒤집는 것은 백성임을 조식의 글을 들어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정치인들에게 조식의 「민암부」를 정독할 것을 권하고 싶다. 백성들을 두려워해야 하는 위정자의 마음가짐이 더욱 절실한 시대라.'(284쪽)라고 하고 있다.

 

역사는 과거의 화석이 아니다. 역사는 바로 현재다. 현재로 들어오지 않는 역사는 의미가 없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바로 현재를 바르게 살기 위해 준비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역사는 중요하다. 단지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45개의 글들이 하나하나 다 읽을 만하다. 옛글만 실었으면 읽기에 상당히 지루했을텐데, 옛글을 적절하게 나누어 읽기에도 편하고, 또 중간 중간 저자의 해설이 들어가 있어서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사를 과거의 유물로써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삶을 비추는 거울로 만나게 되어서 좋다.

 

한국사, 한국사 하면서 무척 강조를 하고 있는데, 정작 그렇게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역사에서 배운 것이 없다는 기막힌 현실...

 

그래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역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또 지금 우리의 삶과 역사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덧글

 

아주 소소한 오타. 글을 읽으면 당연히 알게 되는ㅡ 그러나 오타임에는 틀림없는.

 

'정조가 매일 일기를 썼던 이유는?'이라는 글에서 "일성록"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202쪽. '위의 기록에서 영조와 신하들이 주고받은 대화와 함께...'라는 구절. 여기서 영조는 정조의 오타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앞뒤로 모두 정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그 다음에 "일성록"은 정조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했으니... 너무도 분명한 오타라 잘못 읽을 일은 없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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