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도시 - 건축으로 목격한 대한민국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빨간 도시"

 

"회색 도시"라는 말은 들어보았어도, 빨간 도시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낯설다. 이 낯섦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빨강이라는 색채에서 연상되는 것은?

 

아마도 붉은 악마로 대표되는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일 수도 있고, 축구에서 심한 반칙을 범한 선수에게 내미는 퇴장 카드를 떠올릴 수도 있고, 무언가 해서는 안된다는 금기를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면 조심하라는 경고의 표시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이 책을 읽으며 '빨간 도시'라고 표현한 것은 우리나라 도시들이 형편없음을, 마치 축구에서 불필요한 행동을 한 선수를 퇴장시키듯이 이러한 건축을 퇴장시켜야 한다는 뜻으로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떤 건축에 대하여라는 1부에서 우리나라 건축의 야만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과 동떨어진 건축에 의한, 건축을 위한, 건축만의 건축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제도 '건축으로 목격한 대한민국'이다.

 

건축으로 본 우리나라는 후진성을 면치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과는 상관없이 보여지기 위한 건축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우리나라 도시 건축과 그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결국은 관광객까지 끌어들인 다른 나라의 도시를 보여주는데, 그런 작업이 2부 어떤 도시에 대하여에서 펼쳐지고 있다.

 

건축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건축과 어울릴 때 그 건축이야말로 좋은 건축이라는 사실을, 무엇보다도 사는 사람을 우선으로 해야 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 도시와 우리나라 도시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도시들은 건물이나 자동차에게 주요한 자리를 내주고, 사람들은 주변으로 밀려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걷는 사람을 배려한, 아니 이것은 배려가 아니라 당연히 고려해야 할 첫째 순위인데, 길이 거의 없고, 오로지 바퀴달린 기계가 잘 다닐 수 있도록 계획한 도로만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상황을 이 책을 읽어가면서 머리 속에서 그릴 수 있게 된다.

 

더불어 분노도 치밀고.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 존재해야 할 도시가 사람을 주변으로 내몰고, 기계나 건물 중심으로만 남아 있음을 보게 되니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분노하게 만드는 데 이 책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이 바로 "빨간 도시"이지 않은가.

 

빨강이라는 강렬한 색채를 책의 제목으로 선택한 이유가 바로 우리에게 선명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 아니겠는가.

 

우리 도시는 지금 위험에 처해 있다는, 그래서 이렇게 가면 안된다는, 이 지점에서 멈춰야 한다는 "빨간 신호등" 역할을 이 책이 하고자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도대체 우리에게 지금 멈추라고 신호를 보내는 건축이 무엇인가 찾아야 한다. 찾아서 고쳐야 한다.

 

우선은 건축가들이 먼저 나서면 좋겠지. 왜냐하면 이들은 건축에 관해서는 전문가니까. 그리고 진정한 건축은 바로 사람이 행복한 건축이니까. 이들의 눈에 행복하지 않은 건축은 잘못된 건축일테니.

 

그래서 자연스레 3부는 어떤 건축가에 대하여다. 건축가로서 지은이가 느꼈던 점들, 건축가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문과 이과의 구분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왜 건축이 인문학일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건축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이 3부를 읽으면 도대체 건축가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알게 될 수 있으리라.

 

하여 다시 "빨간 도시"다. 충분히 경고를 했다.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멈춘 다음에는 다시 나아가야 한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열정을 가지고. 이 때 '빨강"은 열정이 된다.

 

이렇게 된 "빨간 도시"는 열정이 넘치는 도시, 사람들이 활기차게 살아가는 도시가 된다. 이런 도시에서는 사람들의 숨이 행복으로 가득차게 된다.

 

이전의 빨간 도시가 아니다. 활력과 열정으로 살아 움직이는 생생한 도시가 된다. 그런 "빨간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게 건축가들이 꿈꾸는, 또 우리들이 꿈꾸는 도시 아니었던가.

 

이제는 멈출 때가 되었다. 다시 시작할 때가 되었다. 적어도 우리나라가 그 정도는 되지 않았는가.

 

그러니 "빨간 도시" 이 의미가 우리에게 살아 있게 우리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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