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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재탄생 - 라파엘로부터 앤디 워홀까지 대중문화 속 명화를 만나다
문소영 지음 / 민음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알아간다는 재미가 이렇게 좋을 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미술은 이제 나하고 관련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미술 관련 책들을 찾아 읽게 될 줄이야.
미술 관련 책들이 이렇게 재미 있을 줄이야!
미술이 우리 곁에 이렇게 널려 있을 줄이야!
한 때 LG가전제품을 명화를 이용해서 하는 광고를 보면서 '와, 참신하다. 저렇게 명화를 이용해서 광고를 할 수 있구나'하고 감탄을 했었는데...
이런 광고가 어느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생활에 명화들이 쓰이고 있었음을, 내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지 명화는 늘 내 곁에 머무르고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으니.
확실히 알면 보인다는 말,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도대체 있어도 있지 않고, 보아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런 저런 미술 책을 보면서 자꾸 눈에 익기 시작하니 이제서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그 조금씩이 더 자세히 보려는 욕구를 자극하고, 그러다 보니 미술이 좋아지게 되고 있는 상태.
명화가 미술 작품으로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에 함께 존재하는, 그래서 다른 것으로 변용되어 함께 한다는 점, 따라서 파편화 분절화되는, 자기 것만 알고자 하는 이 시대에, 진정한 융합이 무엇인지, 도대체 어떤 것이 통합인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왜 광고나 패션, 영화에서까지 명화들이 쓰이고 있는지, 그것은 명화가 바로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고, 진정으로 오래 살아남은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반대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나와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미술과 문화가 융합되는 모습을 잘 알 수 있고, 그런 융합을 보기 위해서 명화를 직접 보여주고 있기에 명화 감상도 자연스레 되는, 명화 감상을 통해 다시 현대의 문화를 생각하게 되는 그런 책이라서 교양을 쌓기에는 많이 도움이 되는 책이다.
라파엘로의 아기 천사들로부터 시작하여,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공포영화에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이용되기도 하고, 아예 대중문화와 미술이 구별이 잘 안되는 앤디 워홀까지 21명의 작가,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다루고 있어서 미술 작품을 보는 재미도, 또 그 미술 작품이 어떻게 우리 생활에 나타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깨달음도 함께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무언가 얻을 생각이 없이 읽어도 재미 있다. 워낙 그림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하는 점만 따라가도 재미 있는데, 설명도 간결하고 명확하여 이해하기 쉽고, 또 친숙한 소재들이 등장하기에 재미있게 쉽게 읽히는 책이다.
그러면서도 융합을 생각하게 하고, 자기만의 전문 세계에서 이제는 다른 세계와도 통섭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는데, 그에 어울리는 내용도 지니고 있어서 좋은 책이다.
결국 문화다. 백범이 꿈꾸었던 문화 강국.
덧글
이 책에서는 서양 미술만 다루었지만, 물론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繪)의 영향을 받았다는 고흐의 그림에 대한 설명에서 일본 그림이 나오기는 한다(특히 비를 표현한 그들의 그림), 우리나라 명화들이 어떻게 실생활에 나타나고 있는지도 함께 다루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들 역시 우리 생활에 깊숙히 들어와 있음을 다른 책에서 이미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작품들 말고도 근현대 화가들의 작품들 중 혹시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는 작품은 없는지...
그것을 살펴보는 것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몫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좀더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는 생활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