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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ㅣ 생각나무 ART 22
손철주 지음 / 효형출판 / 1998년 1월
평점 :
절판
무서운 말이다. 보아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듯이, 사람 역시 아는 만큼만 보게 된다는 말은 우리가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낙서에 불과한 그림이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의 생명과도 같이 귀중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쓰레기에 불과한 그림이 어떤 사람에게는 수억 원의 가치를 지닌 그림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예전에 우리나라 사람들, 문화재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 전통적인 책들과 그림들을 불쏘시개로 쓴 적도 있지 않았던가.
아궁이에 들어갈 뻔한 작품을 건진 일화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정말 알아야 한다. 안 만큼 보이니, 많이 알수록 더 많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미술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알려주지 않는다. 작가는 서문에서 그러한 기대를 하지 말라고 한다.
미술의 저 까마득한 세계에서 대어를 골라 낚을 학도나 전문가들은 이 책을 덮는 게 좋겠다.
이 책은 미술을 데리고 놀아볼 사람들을 위한 기록이다. ...나는 동,서양의 미술계에 흩어진,, 그야말로 좁쌀같은 이야기를 주워담는 일로 그 옹고집에 접근했다. -5쪽
전문가 답게 작품에 대한 해설을 하지 않고 작품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하겠다고 한다. 그 이야기들이 비록 좁쌀과 같이 작은 이야기일지라도 이것들이 미술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이런 좁쌀들을 통해서 미술의 맛을 더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작가에 관한 이야기, 그림에 관한 이야기, 화상들에 대한 이야기, 미술 비평가들에 대한 이야기 등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하여 편제를 "작가 이야기, 작품이야기, 더 나은 우리것 이야기, 미술동네 이야기, 감상 이야기, 그리고 겨우 남은 이야기"로 나누어서 미술 관련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짧막한 글들에 그 글에 맞는 그림 한 편씩, 하여 글을 읽으며 그림도 감상할 수 있고, 그림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있다.
물론 작가의 말을 그대로 따라가도 좋고, 다르게 이해해도 좋다. 어차피 그림이란 내 눈으로 보는 것이고, 내 눈은 내가 아는 만큼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그래도 이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에서 적어도 하나씩은, 미술에 관해서 몇 가지는 알게 되었으니, 보게 되는 것이 몇 가지는 늘게 되었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한 작품은 그 작품을 보는 사람 수 만큼 감상이 있다고 할 수 있으니, 나만의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는 그런 앎들,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여러 방면의 미술 관련 책을 읽어도 미술에 관해서 많이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또 직접 그림을 보고 느끼면서 보는 경험을 해야 더 많이 알게 되고, 더 많이 보게 되겠지만, 그래도 미술 주변에 흘려져 있는 좁쌀들을 주워먹다 보면 어느새 나도 미술이라는 정찬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서두르지 않고 계속 작품을 만나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