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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의 그림책 - 오늘의 눈으로 읽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최석조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단원풍속화첩"
보물 제 527호. 총 25편의 그림이 실려 있음.
기본적인 내용이다. 오주석의 말에 의하면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다 위대한 작품은 아니며,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훌륭한 작품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오늘날의 눈으로 작품을 해설하기에 신윤복의 그림첩(혜원전신화첩)과 비교해서 끗발 얘기를 하고 있다. 신윤복의 그림첩은 국보 제 135호라고 하니까.(101쪽)
이런 국보니 보물이나 끗바이니 하는 얘기를 이 책에서 하는 이유는 오늘날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서다. 무언가 타이틀이 있으면 어, 그래 하고 한 번 더 보게 되니 말이다.
물론 그는 아무리 오늘날의 눈으로 본다고 해도 보물이니 국보니 하는 말들이 작품의 질을 결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누구의 작품이 더 훌륭한가가 아니라 이 작품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는가가 중요하는 사실을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단원의 풍속화첩을 그림책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이 그림책처럼 쉽고 유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풍속화라는 것이 전문가만이 필요로 하는 작품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냥 그림첩이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
어렵지 않은 말이고, 미술에 꼭 전문적일 필요는 없다는 말로 들리지 않는가. 모든 예술작품은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보는 사람,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 운명에 있으니, 단원의 그림 또한 마찬가지리라.
단원이 그린 많은 그림 중에 전문가의 손에만 들려 있을 만한 작품도 많지만, 단원을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로 만들어준 그림이 풍속화이니, 그를 풍속화가로만 기억한다고 저자는 아쉬워하지만, 그다지 아쉬워할 만한 사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풍속화도 단원을 접하고, 거기에서만 머물러도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풍속화를 본 다음, 읽은 다음, 단원의 다른 그림도 찾아 보고 읽고 하면 더욱 좋겠지만.
참으로 재미있게, 역시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던 경험이 이 글 속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고 할만큼 내용이 쉽게 전개된다.
게다가 옛 사람의 마음으로 그림을 읽는다는 말보다는 '현대인의 마음으로 옛 그림을 보려고 합니다'라고 한다. 그 이유는, "그림책"이 갖는 '오늘의 의미', 그건 과거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얘기하는 것(12쪽)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 이런 관점이 책을 전개해나가는 내내 유지된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도 더 전의 사람이 그림 그림을 보면서 현대를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과거의 그림을 해석하고 감상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현대에서 그 그림의 의미를 찾고, 그것을 다시 현대에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홍도의 풍속도에서 현대의 모습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는 점, 현대의 모습과 연계시키면서 그림을 보면 더욱 더 재미있는 그림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더 큰 장점은 김홍도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관계된 작품들도 많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는 본문에서 더 깊이 알아야 할 것들은 보충설명으로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저런 점으로 인해서 김홍도의 풍속화첩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르게 읽는 방법을 배운 책이었다. 눈도 호사를 누리고. 우리 옛 그림에 대해서 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고, 김홍도의 풍속화첩에 나온 그림 모두를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게도 만든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