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교실 벗 교육문고
조향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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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음이 편해지는 책을 읽었다. 교육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는데, 이 책은 그러한 답답함을 잔잔한 감동으로 바꾸어 주었다.

 

시인이자 국어교사인 지은이가 자신이 겪은 일들을 담담히 적어나가고 있는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학생들과 직접 수업한 시수업 이야기다.

 

시수업을 통해 아이들도 교사도 성장해 가고 있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서 읽으면서 흐뭇한 감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2부 역시 아이들과 한 소설 수업 이야기다. 시보다는 줄거리가 있고 사건과 갈등, 그리고 인물이 있어서 수업하기가 조금 수월할지라도 한 작품을 수업시간에 모두 다루기는 힘든 것이 지금 학교 교육의 현실인데...

 

그럼에도 지은이는 아이들과 좋은 소설을 읽어나간다. 읽어나가면서 삶과 연계시키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문학교육이라는 듯이, 그렇게 교육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입시에 찌들어도 제대로 교육하고자 하는 교사가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교육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입시, 입시 하면서 교사도 제대로 된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여전히 입시에서 벗어나는 교육을 하기는 힘든 상태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시인의 이런 수업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3부는 교사들과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다. 교사들, 점점 바빠져서 서로 이야기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교사들과 가진 독서모임... 그 어떤 연수보다도 더 알차다고 의미있다고 하면서 함께 읽은 책들, 함께 본 영화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런 교사들이 있음에 우리 교육이 그나마 지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4부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 담담하게 펼쳐나간 교육과는 약간은 거리가 있지만, 바로 이런 삶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교육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글들이다.

 

학교 교실에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서도 교사로서의 모습을 지키려는 지은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따뜻하다. 글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정말 오랜만에 교육에 관한 책 중에서 마음이 훈훈해지는 그런 책을 읽었다.

 

이런 교사의 글을 읽으며 지은이가 쓴 '고향 같은 선생님'이란 시가 떠올랐다. 지은이는 학생들에게 이런 '고향 같은 선생님'이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고향 같은 선생님 

                                         - 조향미

 

내게 고향 같은 선생님 한 분 계셨으면

객지 어느 쓸쓸한 길모퉁이 돌다가

생업에 낯선 사람들에 시달리다가

문득 가슴 넘치는 안온함으로

떠올릴 수 있는 선생님

시외 버스로 두어 시간이면

달려갈 수 있는 동네

사립문 활짝 열려 있고

늦도록 남포불 내걸려 있는 집

그리운 흙냄새와 낯익은 풀꽃들

서리서리 벌레 울음도

가슴 가득 품고 계신 분

내게 그런 선생님 한 분 계셨으면

 

또한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선생님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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