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최경숙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와 함께 가는 옛 건축 기행'이라는 작은 제목이 달린 책이다. 건축가인 저자가 혼자 여행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우리나라 옛 건축들을 찾아 여행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했다고 하지만, 아이들에게 옛 건축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냥 아이들과 함께 다닐 뿐이다. 다만 경험하게 할 뿐이다.

 

이를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를 소홀히 하는 현상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경험'은 '호기심'으로 이어져 옛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답사가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준다는 점은 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경험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9쪽

 

해외 여행이 붐을 이루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쩌면 우리 것을 소홀히 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외국의 화려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감탄을 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건축물에는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우리 것을 소홀히 여기면 결국 우리의 문화가 발전할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우리 것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경험을 하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옛 건축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아주 잘 알려진 건축에서부터 처음 들어보는 건축까지 곳곳을 찾아다니며 그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이 이런 아름다움을 그냥 경험하게 해주고 있다. 이 경험이 나중에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에 대한 지식으로 나아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아이들의 품성에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옛 건축을 통해 역사를 대면하고, 큰 강줄기로 역사를 이해하고, 놀이를 통해 자연의 순수함을 알아가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이 진정 배워야 할 것들이다. 선행학습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수학과 이유도 모른 채 4-5세부터 일상이 돼버린 영어 대신에 말이다." 365쪽

 

나는 이 말에 완전히 동의한다. 지식을 파고들 나이가 있고, 지식을 떠나 그냥 경험할 나이가 있다. 적어도 중학생 때까지는, 아니 더 줄이자, 초등학생들은 지식을 떠나 다양한 경험을 그냥 할 필요가 있다. 무엇에 쓰겠다는 목적의식없이, 그냥.

 

우리 것들에 대한 경험도 마찬가지다. 한옥에 가서 보고 놀고 자보는 경험은 한옥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저자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을 하게 해준다. 그리고 자신은 건축가답게 그런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감탄하고 남들에게 알리려 하고 있다.

 

하여 이 책을 읽어가면 직접 그곳에 가보지 않았더라도 마치 그곳에 가 있는 것처럼 느낄 수가 있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옛 건축들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우리 건축들이 정말로 아름답다는 사실을, 그냥 사라지게 하기에는 너무도 아깝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 번 양동마을에서 민박을 한 적이 있다. 초가집에서 자는 경험...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양동마을을 휘둘러보는 재미도 참 좋았다. 그리고 자연을 거스리지 않고 자연과 어울리면서 마을이 이루어지고 그 마을에서 큰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홀로 존재하지 않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으로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옛 건축들은 집에서부터 읍성, 절, 서원, 탑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은 한 가지로 수렴된다.

 

모두가 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건축되었다는 사실. 다른 존재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 함께 어울린다는 사실.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는 사실로 수렴된다. 

 

이제는 한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한옥에서 살려고 하는 사람도 많고, 옛 건축들도 민박이나 문화시설로 이용을 하고 있다. 우리 옛 건축이 현대와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그러니 이젠 무작정 해외로 갈 것이 아니라 우리 옛 건축들을 느끼는 여행을 가족이 함께 할 필요가 있다. 이게 진짜 교육일 수 있다.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 그것은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껴안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옛 건축에서 무엇을 껴안아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