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유럽건축에 도전하다 - 33인 거장들과의 좌충우돌 분투기
고시마 유스케 지음, 정영희 옮김 / 효형출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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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관심이 생겼다. 그렇다고 전문건축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해서만은 관심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건축은 사람과 사람을 단절시키고, 공간과 공간을 단절시키고, 자연과 사람을 단절시키고, 또 시간으로부터 사람을 단절시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고, 공간과 공간을 연결시키며, 자연과 사람을 연결지으며, 시간과 사람을 엮어주는 역할도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사회라고 불릴 정도로 아파트 건축이 활발한 나라인데, 이 아파트는 연결보다는 단절을 중심에 놓고 건축되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 들고, "아파트 사회"라는 책을 보아도 아파트가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게 된 이유는 아파트 자체에서 모든 생활이 편리하게 다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하니, 아파트 건축의 목표 역시 자족을 중심에 둔 단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여 아파트로 들어오는 길에는 거의 모두가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감시카메라가 있고, 높거나 낮은 담으로 구획이 되어 있으니, 이것이 우리나라 건축의 현주소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건축이란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공간을 장소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단절을 연결로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일본의 젊은 건축가가 젊은시절 유럽의 건축에 반해 꼭 건축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유럽에서 일하겠다는 일념으로 유럽에 건너가 독일 건축사무소에 취업하여 4년간 근무를 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유럽의 건축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고, 그 건축을 한 건축가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왜 그 건축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자신의 관점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꼭 이 작가의 말을 다 수긍할 필요는 없지만, 건축을 바라보는 한 관점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는 있는 책이다.

 

내 귀에 익숙한 건축가도 나오고(가령 르 코르뷔지에나 훈데르트 바서 같은) 처음 듣는(처음 들어야 정상일지도... 건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니... 우리나라 건축가라고 해봤자 정기용과 승효상밖에 모르고 있으니...) 건축가도 많지만, 작가가 직접 그린 스케치와 사진을 통해 유럽의 건축을 친근하게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책이다.

 

배낭여행을 통해서 만난 건축들과 독일에 체류하면서 틈나는 대로 방문한 여러 건축물들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과 건축적 지식, 그리고 주변환경까지 설명을 해주고 있어서 건축이 아니더라도 유럽에 여행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참고가 될만한 책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우선 부딪쳐 보고야 마는 작가의 실천력에 대해서 해보지도 않고 머리 속으로 계산만 하다 끝내곤 하는 나 자신의 실천력을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건축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자연, 주변환경과 어울리는 건축과 자연, 주변환경와 어울리지 않는 건축.

 

이 책에서는 두 종류의 건축이 모두 나오고, 그 나름대로 멋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건축은 주변환경과의 완벽한 조화를 통해 멋을 뽐내고 있으며, 어떤 건축은 주변환경과 너무도 이질적이어서 오히려 그 지방의 명소가 되기도 했다는 그런 이야기.

 

하지만 공통적인 점은 있다. 외관이 주변환경과 어울리느냐 어울리지 않느냐를 떠나 좋은 건축은 안에 들어갔을 때 온몸으로 느껴진다는 것.

 

안에 들어섰을 때 그 건축의 훌륭함이 스스로 드러나는데, 안에 들어왔음에도 그런 멋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건축으로서는 조금 떨어진다는 것.

 

하여 건축은 밖에서 보기도 하지만, 안에서 보기도 해야 한다는 것. 밖과 안에서 볼 때 훌륭한 건축은 정말로 좋은 건축이고, 이런 건축은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 시간과 사람을 하나로 이어준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유럽의 다양한 건축물이 나오고, 그 건축물에 대한 스케치, 그리고 사진까지 정말로 다양한 유럽건축물을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건축에 대한 유럽인들의 정신도 알 수 있는 책이었고...

 

이제 우리 사회도 서서히 건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실용과 아름다움의 조화, 단절과 연결의 가능성 등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 건축이 사람들이 "따로 또 같이" 할 수 있는, 때로는 독립되고 때로는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지닌, 그래서 함께 살아가는 장소로서의 건축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많은 건축가들의 분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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