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가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우리 신화 1
최정원 지음 / 영림카디널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서사무가라고 한다. 전문용어로. 즉 무당들이 굿을 할 때 읊조리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서사라는 말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뜻이고, 무가는 무당들의 노래라는 뜻이니, 사실 이러한 창세가는 굿을 접해보지 못한 요즘 세대들에게는 낯선 작품일 수밖에 없다.

 

낯설기만 하다면 다행이지만 아예 모르고 지내기 일쑤다. 그러니 우리나라에도 성경에 나오는 창세기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지낸다. 외국의 신화만 읽고 배우고 마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미륵과 석가의 내기에 관해서는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것이 굿에서 전해지는 '창세가'에 온전하게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이 창세가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지금 세상이 이리도 혼탁한 것은 창세기에 석가가 속임수로 미륵을 이겼고, 그의 정당하지 못함이 이 현세를 이렇게 혼란에 빠뜨렸다고 하니, 당시의 사람들도 하느님이 형상으로 만들어진 인간이 왜 이렇게 싸움이나 도적질, 질투 등이 없어지지 않을까 고민을 했겠고, 그에 대한 답으로 이러한 창세가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사무가만을 보면 분량이 짧다. 하긴 굿에서 무당이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그 굿을 누가 하겠는가? 핵심만 간추려 이야기를 해야 할테니, 무가의 분량이 짧은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또 무가를 잘 모르는 세대에게 무가의 원문만을 고집해서 그대로 전해 주다가는 그나마 남아 있는 '창세가'조차도 도서관이나 박물관에서 나오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하여 이 책의 저자는 창세가를 원문도 실어주고, 한글 풀이도 실어주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허구적인 내용을 첨가하여 한 편의 신화(소설)로 재탄생시켰다.

 

미륵이 세상을 창조하고, 이 때 미륵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주기 위해서 메뚜기, 개구리, 생쥐를 등장시키고 있으며, 그 다음에 불과 물의 근원에 대한 해결이 있고, 인간들이 드디어 등장한다.

 

이러한 인간들이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중에 석가가 나타나 이 세상이 자신의 것이라고 하고, 미륵과 석가는 내기를 한다. 처음 두 번의 내기에서 미륵이 이겼으나 석가는 마지막으로 꽃을 피워내는(여기서는 모란이라고 한다) 내기를 하는데, 석가가 속임수를 써서 승리한다. 이에 미륵은 내세를 기약하며 현세를 떠나고 세상에는 온갖 악들이 창궐하게 된다.

 

현세불이 석가불이라면, 내세불은 미륵불이고, 세상이 혼란스럽고 어려울수록 옛날 사람들은 미륵을 찾았다. 우리나아에서 미륵은 후천개벽, 이 세상이 멸하고 새로운 세상을 불러오는 대상이었으니, 혁명을 이루려는 사람들이 미륵에 의탁한 것은 이 '창세가'에서 말미암았다고 할 수 있겠다.

 

짧은 분량의 '창세가'에 인물들을 설정하고, 성격도 만들고, 갈등을 형성함으로써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미륵-석가. 최초의 인간들. 그 자손들 중 석가의 편을 드는 반골(이름에서 이미 부정적인 특성을 읽을 수 있다), 미륵의 편을 드는 사필과 귀정(이 역시 이름에서 긍정적인 특성을 알 수 있고), 이들로부터 유래한 화전놀이. 

 

여기까지의 기원을 이 책을 읽으면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미륵과 석가의 내기는 꼭 대별왕-소별왕의 내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어, 우리나라에서 전해지는 창세기의 신화들에서 표현하는 이승과 저승 또는 현세와 내세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이 책에 나오는 현세의 모습과 비슷하다. 서로 속이고 죽이고 나만 위하고...

 

하여 우리도 이 현실을 벗어날 꿈을 꾼다. 옛날 사람들처럼 소박하게 미륵에게 귀의해 미륵이 환생해서 현세에 나타나기를 기원하지는 않지만, 이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온갖 노력을 다한다.

 

아직도 이 '창세가'에서 말하는 석가의 시대가 다하지 않았음인지... 하지만...이런 신화의 장점이 무엇이냐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반드시 온다는 것. 그런 믿음을 가지고 포기하지 말고 옳은 삶을 살아가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인간의 길이라는 것. 바로 그것이니...

 

초등학생도 읽을 수 있게 아주 쉽게 잘 풀어 썼다. 때때로 해설도 옆에 곁들여 놓아서, 창조론과 진화론을 잘 융합시켜서 신화를 풀이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즘 신화를 읽으면서 느끼는 건데, 최첨단의 과학기술로 치닫는 현대... 어쩌면 우리는 먼 과거의 이야기인 신화를 더 읽고 공부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런 창세가와 같은 작품을 옛날의 케케묵은 이야기라고 치부하지 말고 지금 우리의 삶을 비추어볼 수 있는 거울이라고 생각을 하고 읽을 필요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