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이야기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
오비디우스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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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권이 300쪽이 넘으니 한 권으로 구성되었다면 아마도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 되었으리라.

 

이런 책은 이렇게 친절하게 나누어 놓는 편이 좋다. 그래야 읽기 좋다. 보관용, 즉 장식용이야 한 권으로 양장으로 두텁게 나오는 것이 좋겠지만, 읽기에는 이렇듯 두 권 또는 세 권으로 나누어 놓는 것이 편하다.

 

책이 아무리 재미있더라도 분량이 너무 많으면 질리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낯설은 이름이 계속 나오는데 그걸 한 권으로 읽으라고 하면 읽다가 신들의 이름이나 사람의 이름을 헷갈려 하기 십상이다.

 

물론 이렇게 두 권으로 나누어도 신들, 사람의 이름을 다 알 수는 없다. 읽으면서 까먹는다. 세상에 왜 이리도 이름이 길고 헷갈릴까.

 

게다가 그리스 이름과 로마 이름이 다르고 또 영어식 이름이 다르니 혼란은 가중될 뿐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자신들의 생활에서 경험한 서양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는 아무리 많이 접했다고 해도 여전히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름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낯설다. 그러므로 이름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외국의 그 많은 지명이 나오니 더 헷갈리기도 하고.

 

그래서 이름을 외우는 것을 포기하고 읽었다. 그랬더니 재미있다.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죽 읽어가면서 내 머릿속에 남는 이름이나 지명만을 기억하기로 했다. 어차피 내게 남아 있지 않은 이름들은 읽는 도중에 내게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오비디우스는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아우구스투스에 대한 찬사로 끝을 맺는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신들의 이야기만을 다루지 않고 카이사르나 피타고라스 같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도 다루고 있다.

 

시대를 황금시대, 은의시대, 청동시대, 철의시대로 나누고 그가 살고 있던 로마 시대를 철의 시대로 지칭하고 있다. 즉 신들의 전성기에서 영웅들의 이야기로 나아가고 이제는 인류의 역사를 다루는 것에서 끝을 맺는 것이다.

 

제우스부터 시작하여 아테나, 아폴론, 디오니소소, 비너스, 테세우스, 이아곤, 미다스, 아킬레스, 아이네이아스 등등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 이야기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나로 꿰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하여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신들과 인간의 흥망성쇠, 그리고 온갖 사물들의 유래에 대해서 알게 되는데, 이 책은 어쩌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변신 이야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기원을 설명해주기 위해서 그렇게 된 것이고, 얼마나 많은 대상들이 요정이나 인간들이 변해서 된 것인지, 그래서 우리가 그 이름을 이런 신화를 읽으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본래 운문으로 쓰여진 책을 산문으로 재 번역했는데, 운문에 익숙치 않은 우리들에게 산문으로 번역한 것이 더 읽기 편하게 다가온다. 내용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거의 마지막 부분에 피타고라스가 나오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의 주인공인 그는 오비디우스의 이 작품에 사상적 원천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만물은 유전한다는, 어찌보면 불교의 인과론, 윤회론과 같은 사상을 펼치고 있으며, 또한 육식을 금하고 채식을 권장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모든 것은 총량이 정해져 있고, 그것들이 무한히 변화할 뿐이라는 피타고라스의 말은 이 작품의 제목이 변신이야기인 것과도 관련이 있다. 한 사물과 한 사물이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저것으로 저것이 이것으로 변해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세상에 우리가 함부로 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가 된다.

 

1권과 2권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내용이 죽 이어지기에 두 권을 모두 읽는 것이 좋고, 그것이 싫다면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읽어도 좋다.

 

우리 신화와 다른 점이 우리 신화는 평화, 협조, 함께 함을 바탕으로 하는 점이 많은데, 이 변신이야기에서는 싸움, 경쟁, 복수 등이 많으니 서양의 역사 속에서 일어난 온갖 전쟁 등이 이러한 신화를 바탕으로 설명되어지는 것이겠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신화 속에는 그 민족이 살아온 역사가 나타나 있는 것이니... 이들이 피타고라스의 말만 제대로 들었어도 그러한 피를 부르는 칼부림은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자, 만물은 변화한다. 그 점을 이 "변신이야기"는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나오지만 나라 역시 끊임없이 변화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권도 변화한다. 그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러니 자신의 권력이 영원불멸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린다면, 현재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생각하고 실천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배워야 할 것이고, 권력을 지닌 사람들이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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